[새정치개혁]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들 이야기 - 그런 쓸쓸한 모습,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들 이야기
매주 수요일 아침먹으면 바로 종로통에 나갑니다.
종로엔 영화관이 깔려 있어서...어느 영화든 개봉 후 3개월까지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예술성이 높거나 문제성이 있는 영화도 볼 수 잇는 곳이 1호선 종로 3가역 근처 입니다.
나는 수요일 아침이면 종로 3가역에 내려서 보고싶은 영화를 조조로 봅니다.
지금이야 조조활인이 흔치 않지만, 몇년전까지는 거의 조조활인이 있었지요.
첫회는 관람객이 얼마 없어서, 영화보면서 옆사람들의 쓸데없는 소음을 신경을 안써서 좋습니다.
그리고 영화보고 인사동에 가서 20여 곳의 겔러리에 수요일이면 새로 걸리는 그림을 봅니다.
그날은 새로운 그림이 걸리는 날이기 때문에 작가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고다 공원을 거쳐 종묘 공원으로 갑니다.순전히 사람구경하러 가는 것이지요.
사실 시골사람들이 장날이면 읍내장터로 몰려드는게 무엇인가를 사고 팔기 위함도 있지만 사람들이
북적대는 걸 보기위함 더 클겁니다. 나도 사람구경하러 파고다 공원과 종묘공원엘 갑니다.
그런데 파고다 공원에는 없는 모습을 종묘공원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바로 박카스 아줌마들이지요.
화장을 아주 짙게한 할머니급의 아줌마들이 엉성하게 보이는 할베들을 낚아서 데리고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아줌마들과의 만남을 은근히 기대하며 종묘공원으로 나오는 할베들도 많이 있습니다.
박카스 아줌마들의 눈썰미는 기가 막힙니다. 앉아있는 할베가 돈이 있는지 없는지 거의 정확히 압니다.
그리고 아무리 돈이 있는 할베지만, 자기가 온갓 기술을 동원하여 꼬셔도 넘어오지 않을 할베도 정확히 압니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필요성이 없는 할베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종묘공원에서 항상 볼수 있는 윷놀이 놀음이나 바둑 장기두는 할베들은 박카스 아줌마들에겐
기피 대상일 뿐입니다. 나도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들에겐 환영받지 못합니다.
박카스 아줌마들의 정가는 없습니다. 할베따라 다릅니다. 신출내기 할베에게는 5만원도 받지만,
보통은 2-3만원입니다. 그것도 단골이 있어서 단골에게는 5천원도 받습니다.
그래서 10만원 안팍의 노인연금 나오는 날은 박카스 아줌마들의 장날입니다.
종묘공원에 나가면 우리나라의 불쌍하고 외로운 할베들과 할매들의 슬픈자화상을 보게 됩니다.
이제 나도 그들과 같은 세계에 살게 되는 65세인데.이상하게 봄날은 그런 모습을 봐도 느낌이 없지만,
가을이면 그런 모습들이 쓸쓸합니다.
지난 수요일도 종묘공원에 갔습니다. 커피한잔 마시며 색갈 좋은 낙엽을 보는데...
옆 벤치에 앉은 박카스아줌마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00이가 죽으면서도 남편을 기다리는 눈치더라네"
이름을 들으니 나도 알만한 아줌마입니다. 자기 장사와는 상관없는 불쌍한 할베들에게 박카를 뚝뚝 따주며,
걸걸한 목소리로 기구한 자기인생을 풀어놓던 분이라서 압니다.
며칠전 그 박카스 아줌마가 세상을 떴는데, 그 아줌마가 눈감는 순간까지도 13년전 집나간 남편을 그리워했다는
말이지요. 그날 참으로 쓸쓸한 날이었습니다.
2013년 10월30일... 가을이 깊어가고 인생도 깊어가는 수요일이었습니다.
출처: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108915&RIGHT_STORY=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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