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홍익대가 책임지고 나서야 -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간접고용

'진짜 사장' 홍익대가 책임지고 나서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집단 해고로 보는 50대 여성 비정규직의 삶.

조민경

새해벽두부터 진행된 홍익대 청소, 경비원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 문제로 인해 인터넷이 뜨겁다. 지난 1월 2일, 홍익대학교는 170여명이 되는 청소, 경비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많은 이들이 새해의 단 꿈을 꾸고 있을 그 시각, 누군가는 생명줄과 같은 작업장에서 쫓겨났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에 1월 3일부터 홍익대의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홍익대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 지난 1월 13일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청소, 경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홍익대학교의 책임을 촉구하는 야5당 서울시당 기자회견에서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진보정치 전문수 기자 (사진 출처: 진보정치) # 월 임금 75만원, 하루 점심값 300원의 처지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이 현재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이들의 투쟁 소식은 방송 3사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지지자들을 낳고 있다.   홍익대로 5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후원 물품, 성금을 보내고 있으며, 배우 김여진씨와 함께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트위터당에 가입되어 있는 누리꾼들은 조선일보에 ‘홍익대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라는 광고를 내고, 지난 22일에는 홍익대 앞에서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빠르게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의 지지자들의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눈물겨운 처지와 관련이 깊다. 대다수가 부모님 연세의 50대 노동자. 사회에서 존중받을 것 같은 나이이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50시간이나 일한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실소득은 월 75만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 달의 점심값은 9,000원! 하루에 300원밖에 되지 않는 돈이다. 껌 값도 500원 이상 하는 요즘, 하루 점심값 3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없다.   이렇듯 50시간의 높은 노동 강도, 낮은 급여는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조차 먹을 권리를 주지 않는다. 그러한 그들에게 구내식당은 사치이다. 결국 그들의 점심 식사 공간은 계단, 화장실, 지하 창고 등이다. 추운 겨울조차 그들은 추위와 싸우며 차가운 도시락을 먹을 수밖에 없다. 우석훈 박사가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펴낸 이후, 88만원은 불안한 2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숫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20대 청년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50대의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숫자이기도 한 것이다. 홍익대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급여가 보여주듯, 오히려 그들의 처지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 50대 여성 비정규직의 삶   대학가에 가보면, 화장실, 도서관, 강의실 곳곳을 청소하는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50대 여성들임을 알 수 있다. 2010년 8월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의 결과(아래의 그림 참고)를 살펴보면 많은 여성들이 특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60대 이상의 경우 거의가 비정규직이다. 이 그림은 4-50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재취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여성 대다수는 비정규직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임신 ․ 출산 등의 경력 단절 이후, 여성을 정규직으로 그대로 고용하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달리 4-50대의 재취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것도 정규직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급여, 열악한 노동 환경의 비정규직을 선택하면서까지 말이다.   여성들의 자아실현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그들의 취업의 이유는 명확하다. 생계형이거나 아니면 자녀의 사교육비와 고액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함이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던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4-50대 여성들은 자녀 교육이라는 책임마저 고스란히 다 져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렇듯 4-50대의 많은 여성들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가속화된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비정규직 확대, 사회양극화의 심화, 높은 사교육비 ․ 고액의 등록금의 3중고에 시달리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은 경제위기를 겪으면 정말 고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슴 아픈 우리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성별 연령계층별 비정규직 비율(2010년 8월, 단위: %) (자료 출처: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동향과 쟁점] 2010년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 ‘진짜 사장’인 홍익대가 책임지고 나서야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의 사태는 현재의 간접 고용 문제와 관련이 깊다. 현재 대학의 대부분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대학에 간접 고용되어 있다. 이러한 간접 고용 형태가 홍익대의 문제를 촉발시켰다. 지난 연말 홍익대는 해당 용역 업체인 (주)향우종합관리와 (주)인광엔지니어링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작년 겨울을 협상을 전개했다. 하지만 대학은 기존의 용역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3개월의 연장 계약을 이야기했고, 결국 용역 업체는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저 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을 용역 업체에 강요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에서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홍익대는 고용 승계는 없으며, 현재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자신이 고용한 것이 아니므로, 그들과의 협상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수년간 홍익대학교를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일했던 청소, 경비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새해벽두부터 학교 본관 점거 및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되는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대화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학 당국이 취한 행동은 노조간부들을 고소 고발한 것이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의 이념은 오간데 없고, 자본의 논리만 가득찬 홍익대학교가 된 것이다. 홍익대는 간접 고용을 내세우면 자신의 책임은 없는 듯 행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슷한 상황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동국대의 경우, 동국대의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서울대 등의 대학에서는 용역 업체 계약시 고용 승계를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촉발된 문제의 1차적 책임은 돈벌이에 눈이 먼 홍익대학에 있음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간접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역 업체를 통한 고용이 아니라, 진짜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홍익대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 경비 노동자가 없는 대학의 모습은 어떻게 되겠는가. 대학의 주된 업무는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업무인 만큼, 대학이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2009년 부산대학교는 학내 미화 및 주차장관리 노동자 150여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홍익대의 현명한 판단이다.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처절한 절규를,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당장이라도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답게 변모하길 바란다.   조민경님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부장 입니다. 이 글은 '진보여성정책연구회'웹진 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원본글 바로가기 ☞ http://www.nci.or.kr/club/club_main.php?cb_id=cb_gender&sca=자료실&wr_id=81

기사입력: 2011/02/04 [05:48]  최종편집: ⓒ 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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