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복지`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정치 혁신모임’ 참석자 모두발언 <통합진보당 > - 경선부정 사태,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정치 혁신모임’ 참석자 모두발언

일시: 2012년 8월 7일 오전 8시

장소: 국회의원 신관

참석: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조승수, 노회찬, 강동원, 정진후, 박원석, 서기호, 천호선, 이정미, 김성진, 이홍우, 권태홍 (직책 생략, 무순)

 

■노회찬 의원

통합진보당의 오늘에 직면한 사태에 어느 일방만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찌 보면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원활하게, 힘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혁신을 내걸고 달려온 쪽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오면서 저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낭떠러지를 만나더라도 폭포처럼 내려가고, 큰 산을 만나더라도 휘감아 돌아가면서 끝내 민주화의 바다로 달려갈 것을 약속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상태는 저 녹조 낀 4대강의 물처럼 흐르지 않는, 가다가 멈춰버린 물 그래서 고여서 썩어가고 있는 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이 상태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더 낮게 임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더 넓게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낮은 곳으로 임해서 끝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바다로, 가장 넓게 많은 물들이 만날 수 있는 바다로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을 좁게 운영해왔고, 수많은 힘든 분들의 눈높이로 내려가지 못했기 때문에, 정파의 눈으로, 패권의 눈으로, 소집단 권력의 눈으로, 엘리트의 눈으로 당을 끌어왔기 때문에 현재의 난국에 봉착해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 국민들에게 약속한 그 길로 다시 모였습니다.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라, 이 사태까지 이른 책임을 확실하게 지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어찌 보면 수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온 매우 귀한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그 기회를, 그 작은 불씨를 이 자리에서부터 살려나가겠습니다. 좀 더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우여곡절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 이 길을 떠날 때 약속한 바를 반드시 실현해내겠습니다.

 

■심상정 전 원내대표

우리는 또 다시 진보정치의 세기를 모집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파국을 맞고 있습니다. 파국을 향해 거침없이 흐르는 탁류 앞에 우리 모두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반복되는 운명 앞에 슬픔과 노여움을 느낍니다.

우리가 비장한 산고 끝에 통합진보당을 창당한 것은 선거용 가설정당으로 의석을 늘려보겠다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길을 걸어온 우리가 동의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선명한 민생정당, 그리고 결과로 책임지는 진보적 대중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 비전을 약속어음 삼아서 지난 총선에서 220만 명의 지지와 13석의 의석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약속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보낸 증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약속어음이 부도 직전에 놓여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의 혁신의 좌절을 보면서 통합진보당은 사회적 약자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정당으로 낙인되었습니다.

이런 파국은 대중적진보정당의 길을 끊어내고 우리를 벼랑 끝에 세웠습니다. 참으로 아프고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는 국민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담합정치의 길입니다. 국민이 볼 수 없도록 장막을 치고, 막후에서 정파와 담합의 테이블을 차리는 것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낡은 정파, 패권정치를 묵인하고 국민들이 망각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시간의 등 뒤에서 침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가능하지도 않고, 책임지는 길도 아닙니다. 선명한 민생정당으로 새 변화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약속, 노동을 비롯한 약자들의 의지처가 되겠다는 약속, 그리고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과 가장 거리가 먼 길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는 이제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 동안 진보정치가 씨뿌리고 일궈온 노동과 복지, 경제민주화 이런 의제들은 저희의 중심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보정치의 정파, 패권의 골방으로 숨어드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며, 책임 있는 행동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당으로 이룰 수는 없지만,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 길, 선명한 민생정당, 대중정당의 길은 여전히 중요하고, 또 야권연대를 통해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그 약속에 대해서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책임지는 길을 가겠습니다. 진보정치를 혁신하겠다는 약속과 책임은 그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당 안팎의 광범한 세력과 지지자들을 묶어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길을 열어야 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국민들께 양해드리고, 또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국민들께 약속했던 진보정치를 향한 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치인으로서는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서 이런 상황이 몹시 슬프고 두렵습니다. 왜 이런 운명이 저에게 주어지는지 고통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진보정치는 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진보는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진보가 살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부리에 치이고, 아프고 힘들지만 눈물을 머금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와 우리 진보정치를 함께 하는 동지들께 부여된 책임이고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준호 전 공동대표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위해 만들었던 민주노동당을 이어서 연 진보 정당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며 그들의 삶, 그들의 미래를 열고자 만든 진보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으로서의 자기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형국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나 노동자, 농민들의 아픔이 깊습니다.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일부 패권적 정파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노동자, 농민들에게 희망을 던지는 미래의 정치는 그러면 접어야 하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어렵더라도, 그 분들에게 죄송스런 말씀을 다시 드리더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들이 오늘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첫 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

진보정치, 또 노동운동을 오래 해 오신 세 분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으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자리에 함께 있게 된 것은 정치를 하면서 느끼게 된 여러 감정 중에서 미안함 때문에 이렇게 함께 하게 됐고, 오늘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국민참여당을 하다가 진보정당에 합류하게 된 것은 미안한 마음 때문에 사실 그렇게 한 겁니다.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당원들인데, 참여정부 시절에 좋았던 일도 많이 있지만, 노동시장 정책이나 노사관계 정책, 노동정책 전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쌍용자동차를 비롯해서 많은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목숨을 끊고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지고 이런 일들이 있었고, 농민들도 어려운 생존의 조건에 들어갔고, 소상공인들도 많이 힘들어졌던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던 정부고, 그런 것을 원해서 지지했던 정부였는데, 부족함이 많아서 너무 미안해서 그런 미안한 마음을 좀 표현하고, 거기서 생기는 부채의식 등을 갚고 노동법이라도 한 줄 고치고, 이렇게 하는데 힘 보태자는 마음으로 조금은 낯설다고 한 그런 진보정당에 합류를 했습니다. 잘한 결정이었고, 또 잘했더라면 보람도 있을 그런 일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10% 넘는 득표를 주시고, 여섯 석 비례대표에 일곱 석 지역구 당선자를 내주시고, 이렇게 해서 한 번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통합진보당이 이루려고 하는 그런 것들을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저희가 총선때 선거유세를 통해서 방송연설 통해서, 광고 통해서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또 국민들께 미안합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 또 나와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현재의 사태, 어제 강기갑 당 대표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 선언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여러 비판과 걱정이 함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기대와 희망을 말씀하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과 비판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원래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을 때의 미안한 마음, 지금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 이런 것을 그대로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많은 부족함이 있고, 미숙함이 있고, 여러 판단 착오가 있었고, 그렇습니다만 아예 고개를 돌리시지 말고 다시 한 번 어떻게 하는지 관심가지고 지켜봐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심상정 전 원내대표 마무리 모두발언

오늘 모임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좀 드리면요, 통합진보당내의 혁신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는 첫 논의 모임입니다. 전직 대표들과 또 각 혁신 그룹의 대표들, 그리고 혁신을 지향하는 국회의원님들이 이 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오늘 국회의원님 중에 박원석 의원님은 상임위에서 지금 외국 출장중이십니다. 그리고 정진후 의원님은 지금 집안의 일로 지방에 계시지만 뜻을 함께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당내 논의를 출발로 해서 당 안의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당 밖으로는 13일 민주노총의 결정을 계기로 해서 노동과 농민과, 진보적 지식인까지 아우르는 그런 과정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오늘 저희의 논의 결과는 별도의 브리핑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http://www.goupp.org/su.php?sid=D7c3d85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