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개혁] 전작권 환수 무기한 재연기, 박근혜 정부 자주성 찾아야.

전작권 환수 무기한 재연기, 박근혜 정부 자주성 찾아야.

지난 10월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 46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2015년 전작권을 환수할 것이라 공약한 바 있지만, 이를 파기한 것이다. 이날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며 사실상의 전작권 전환 '무기한 재연기'를 약속했다.

양국은 1.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2.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구비 3.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 등을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들 조건이 추상이라는 점에서 "2020년대 중반 작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국방부의 주장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먼저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언제 달성될 지 알 수 없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환경은 평화로울 수 없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역내 안보환경 역시 가까운 미래에 안정화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군이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구축한다고 해도 핵미사일 위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전작권을 영원히 회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한 것에 다름이 없다.

국가의 3요소는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영토, 국민, 그리고 주권이다. 주권이란 자국을 수호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국군에 대한 작전권 보유만큼 주권에 직결되는 문제도 없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보수세력들은 전작권 재연기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이들을 보수세력이라 해야할 지, 매국노라고 해야할 지 의구심이 든다.

이들이 전작권 재연기를 환영하는 이유는 전작권을 환수할 경우 대북 억제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전작권 회수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이들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반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전작권을 우리보다 능력이 뛰어난 미군이 갖고 있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전통적 우방인 만큼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이 주장엔 큰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 '자주국방'을 처음으로 외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68년 1월 21일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투입된 김신조 일당 사건 후 이 사건에 대한 보복을 북한에 하고 싶었지만, 전작권이 없는 관계로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이후 작전권 환수가 필요함 느끼고 '자주국방'을 외치게 된다.

전두환 대통령 역시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묘소 참배 당시 폭탄 테러를 당해 17명의 한국 외교사절 등을 잃고 북한에 대한 보복을 생각했지만 역시나 전작권이 없는 관계로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하자 '데프콘 2호'를 발령하며 준전시상태로 상황을 몰아갔다. 당시 김일성이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면 미군의 판단 아래 한반도는 전쟁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이 위협받는 상황에선 어떠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미국이 자국의 장교 2명이 사망한 뒤 이러한 전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은 더욱 전작권 환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판단에 따라 한반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합의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은 지난 2006년부터 미국이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에 찬성의사를 표현해온 까닭이다. 2006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던 버웰 벨은 "통제권을 이양하는 시기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군사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라며 "남한군이 강력해지고 현대화됐다는 점을 고려해 2009년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할 수 있다"라고 밝혔고, 당시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던 럼즈펠트 역시 이에 동조한 바 있다.

또한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2013년 12월 "한국군의 규모, 현대화 수준, 훈련 및 준비 상태, 지휘관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군 수뇌부, 그리고 보수인사들은 한국군을 믿지 못하겠다며 여전히 전작권 환수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지구상에 자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타국에 넘겨주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전지작전통제권 환수는 무기한 연기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적대국인 북한 국방비의 30배 이상, 북한 1년 국민총생산의 2배를 국방비로 쓰고 있는 한국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기본적 명제를 지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대한민국, 과연 정상적인 나라리거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한편, 전시작전통제권을 무기한 연기한 박근혜 정부의 작태는 임시정부의 군사주권에 대한 태도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1940년 광복군 창건 당시 우리는 국가를 잃은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광복군이 창건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당시 중국정부는 광복군의 무기는 물론, 훈련과 식량까지 지원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광복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려 했고, <한국광복군 9개 행동준승>을 제정해 광복군을 예속했다.

하지만 임시정부 요원들은 "광복군이 중국에 예속된다면 광복군은 도리어 우리 독립운동을 말살하는 기관일 뿐"이라며 작전권 없는 광복군의 상황을 개탄했다. 이 개탄은 작전권 환수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 1944년 광복군은 9개 준승을 폐기하고 작전지휘권을 회수했다. 나라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군사주권을 되찾겠다는 선조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나라를 잃고 중국 땅을 전전하던 국가에서 어느새 세계 10위권의 경제・군사강국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대한민국이 군사주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하에서 지켜보고 있는 선조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후손들의 모습이 부끄럽지는 않을까. 우리 사회 일각에서의 우려와는 달리 전작권 환수 조치는 이 땅에서 미군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 주도로 주한미군과 함께 견고한 국방을 달성할 수 있는, 그리고 참된 주권국으로서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다.

3년간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복무한 버웰 벨은 이러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군은 많은 훈련과 세계 각지에서의 임무를 통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과 준비 상태를 입증했다". 주한미군 사령관도 인정한 한국군의 위상이라면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언제까지 타국에 우리 주권의 상징이라할 '전시작전권'을 내주고 있을 참인가.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을 참된 주권국으로 재탄생시키는 '자주적 정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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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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