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 뭘 그렇게 잘못했니
중학교 2학년이 뭘 그렇게 잘못했니
시사INLive안정선입력2014.10.28 09:35
(원문에서 발췌)
오직 성적과 성과만을 위해 독선과 불통을 일삼던 어떤 교장이 아이들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훈화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던 일이 있다. 어쩌면 수년 전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난 여당 원내대표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것이 정의다'라고 말했을 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막연하고 아슴아슴하던 것들에 정확한 언어를 부여하는 일은 미덕이지만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치레하기 위해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명명을 하는 건 오히려 세상을 잘못 이끌어갈 수도 있다.
많은 언론에 의해 '중2병'이라고 '선언'이 된 이후, 별로 '중2병'스럽지 않던 아이도 자기가 하는 행동을 돌아보며 '내가 중2병인가?' 생각하기도 하고, 그다지 염려할 정도가 아닌 일반적인 청소년기의 현상들조차 병증으로 인식되는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다.
예부터 사춘기적 특성은 동서고금 비슷하게 있어왔다. 만약 사춘기를 '병적인 시기'로 보아 그와 같이 명명했다면 나는 사춘기에 대한 옹호론을 펴고 싶다. 아이들이 대체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것은 감성이 최고조로 순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 어른에게 반항하고 걸핏하면 짜증을 내는 시기이지만, 한편으로 인생에 걸쳐 가장 많은 음악을 몰입해서 듣는 시기이기도 하다.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울퉁불퉁하게나마 사람 귀한 줄을 알게 되는 시기이다.
'병'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앓고 있다
어쩌면 이 시기 아이들이 부리는 짜증 중에는 생물학적 변화에 기인한 것 외에 '대한민국 청소년'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따른 것도 많을 것이다. 사회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듦으로써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한 책임은 덮어두고 그 모든 것을 다 '중2병'으로 명명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단언컨대 대다수 중2는 지극히 정상이다. 눈에 뵈는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는 나이가 아니다. 무서운 것도 많고 힘든 것도 많지만 그것들을 견디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려 애쓰고, 세상의 규범에서 가능한 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그들 모두를 '중2'가 아닌 '병'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병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앓고 있다. 어른들의 반성과 사회적 분석 없이 아이들을 병자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출처:
http://media.daum.net/digital/newsview?newsid=20141028093509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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