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정치다] 지금 깨어 있습니까? - 고 백남기 농민
지금 깨어 있습니까?
그분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그 전까지 이름 석 자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근 1년 가까이 그분 때문에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애써 피하고 싶었던 그 이름 백남기.
그런데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시시각각 올라오는 소식들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밴드에 올라온 그의 삶 앞에 난 많이 부끄러웠다.
대학생 때 늘 의문이었다. 사일구 혁명의 주역들은 다 어디에 갔는가? 유월 민주항쟁 당시 거리로 뛰쳐나왔던 그 많은 민주투사들은 어디서 뭘 하기에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지지부진한가?
그리고 기득권에 편입되어 이제 꿈쩍 않는 선배들, 어른들에 적지 않게 실망했다. 그런 선배, 어른이 되지 말아야한다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선배가 되고,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때의 다짐은 철부지적 호기쯤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삶의 현장에서 일상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마당에 사회정의니, 민주화니 쫓아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울 거야?” 라는 한때 유행했던 개그맨의 말처럼. 소 키우는 사람이 되어 묵묵히 살아가는 것도 이 세상을 사는 한 방법이라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렇게 거리의 투쟁은 텔레비전 화면 속 남 일이 되어 버렸다.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했지만 그냥 그것은 생각에 그쳤다.
그런데 백남기 그는 달랐다. 그를 매도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지만 그는 평범한 농부가 아니다. 운동권 맞다. 백남기 그는 분명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순종적인 국민은 아니다.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이다.
그래서 부당한 국가의 횡포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국가권력에 의해 쓰러진 것이다. 그 국가는 사실 우리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 우리 자신의 손이었기에 백남기 농민의 죽음 앞에 우리 하나하나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백남기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언제든지 백남기를 겨누었던 물대포는 우리를 향해 물줄기를 퍼부을 수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권리를, 민중 생존권을 백남기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지키기 위해 나섰다가 쓰러진 것이기에 그는 또 다른 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백남기 죽음에 미안해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부당한 권력에 분노한다.
그렇다고 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지금 당장 거리로 뛰쳐 나가 짱돌이라도 손에 쥐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조문할 수는 없지만 각 지역에 설치된 분향소에 국화 한 송이 바치는 것으로, 그의 영정 앞에 절 올리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면 된다.
내가 페이스북 친구들 덕분에, 밴드 글 때문에 잠들지 않고 깨어있을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작은 실천이 또 옆 사람을 깨울 것이고 그렇게 깨어있는 이들끼리 서로를 확인하고 힘을 얻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나를 마냥 잠들지 않게 일깨워주는 페이스북, 밴드 친구분들 참 고맙습니다.
출처: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564854&RIGHT_STORY=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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