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정치다] [인공지능과의 한판승부, 한국기원 방문 모두발언] @한국기원 대회장 (2017.02.02.) - 안철수 의원

[인공지능과의 한판승부, 한국기원 방문 모두발언] @한국기원 대회장 (2017.02.02.)

 

 

 

 어제 오후 4:01

 

[인공지능과의 한판승부, 한국기원 방문 모두발언]
@한국기원 대회장 (2017.02.02.)

 

정말 많은 프로기사 분들 이렇게 뵈니까 솔직히 실감이 안 납니다.

 

제가 대학 때입니다, 대학 때 사실 늦게 바둑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1년 정도 밖에 배우지를 못했는데요, 왜 그랬냐면 동기가 있습니다.
의과 대학 2학년 때인데, 예과 때입니다, 본과 올라가면 공부만 평생 해야 해서 아무런 취미도 활동을 못한다고 해요. 그러면서 예과 때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그때 취미활동을 배워놓지 않으면 평생 재미없게 살 거라고 선배들이 저를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오목 정도밖에 못 두는데 한 번 바둑 배워봐야겠다 해서 예과 2학년 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적성에 맞아서 그랬는지 1년 정도 두니까 그 당시 기원 2급 정도, 2단 정도 수준까지 갔는데 아쉽게도 본과 1학년 본격적으로 올라가고, 시체 해부 시작해야 되고 해서 바둑은 못 뒀습니다.
그 이후에 의과 대학 일 뿐만 아니라 컴퓨터 바이러스가 저를 괴롭히고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둑 못 둔 지 솔직히 30년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때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 계속 틈틈이 바둑소식들 열심히 보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신문에 기보가 나왔잖습니까, 그것 계속 관심 있게 살펴보고 그랬습니다.
요새 왜 신문에 기보가 안 나오는지 참 아쉽습니다.

 

그러던 차 작년에 알파고가 등장했잖습니까, 저는 진짜 놀랐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특히 세계 수준의 전문가를 이기려고 하면 앞으로 제 예상에 아무리 빨라도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나름대로 전문가인데도 예상을 무참히 깨고 사람을 이기는 겁니다.
그래서 설마설마 하다가 연이어서 두 번 연속 이기는 것을 보고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사람이 이길 수가 없구나, 그런데 그때 세 번째 이겼었나요? 네 번째 이겼었나요? 다 포기했을 때, 그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함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저는 또 감동했습니다.
인간의 대표와 컴퓨터가 싸운 건데 계속 졌잖습니까, 모든 인간들이 저 포함해서 다 포기했을 때 그 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도전해서 성공한 거 아닙니까.

 

그때 권투선수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권투도 전혀 모르는데 어떤 행사장에 제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세계 챔피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몰라뵈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권투에서 이기는 비결이 있냐고 수준 낮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권투에서 이기는 게 강한 펀치를 날려서 이기는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반대랍니다.
강한 펀치를 맞고 얼마나 오래 잘 버티느냐가 승패를 결정한답니다.
아 정말 그렇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때 3패 후에 1승 했을 때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강한 사람들은, 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함이라는 것은 아무리 다른 사람 다 포기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함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둑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제가 온 목적 중에 하나가, 제가 교육문화상임위 소속입니다.
바로 한국기원을 비롯해서 필요한 지원들을 해드리고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 일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조훈현 9단과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혹시 지원이 필요하신 부분들, 이런 부분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겸 해서 왔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알파고라는 게 4차 산업혁명의 대표처럼 일반 대중에게는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많은 응용분야 중에 눈에 띄는 한 분야 아니겠습니까.
알파고도 바둑의 응용범위를 확장해서 적용하는 것이지 사실 더 깊은 기본적인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중에서도 인공지능이 제대로 발달되고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에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물론 인공지능 기술이겠습니다.
보통은 그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인공지능이 더 잘 발달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 여러 분야에 있어서 많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컴퓨터가 알파고 같은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지금 노력한 많은 기보들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기보들을 입력하니까 스스로 학습해서 실력이 길러집니다.
마찬가지로 음성인식, 자율주행자동차도 그렇고 많은 분야들이 그 분야의 깊이 있는 사회적 지식들이 쌓여있어야 합니다.
축적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정부에서 할 수 없고, 많은 사회분야 전문가들이 각자 분야에서 끊임없이 지식을 잘 축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국가에서 만들고, 사람들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줘야만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4차 산업혁명이 많은 분야 중에서 인공지능 분야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투자해야 하지만 사회기반에 해당하는 지식의 축적 이런 부분까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아마 지금 바둑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저작권 문제 그 부분 역시 이런 사회적인 지식이 축적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조훈현 의원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 포함해서 많은 현장의 목소리들 들려주시면 제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ahncs111/posts/89360557744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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