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국회 문방위에 ‘조·중·동 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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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회 문방위에 ‘조·중·동 소위원회’

2009 04/07   위클리경향 819호

총 7명 의원 포진 미디어 관련법 다뤄… 언론노조 “출신 신문사 이해 대변” 지난 2월 국회 문방위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 상정하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멱살을 잡고 저지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조·중·동의, 조·중·동에 의한, 조·중·동을 위한 법.’ 안정상 민주당 방송통신 전문위원은 국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을 링컨 대통령의 명연설에 빗댔다. 2월 국회 막판에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포기할 것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언론사의 지분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예술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속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조·중·동과 관련이 깊은 의원을 볼 수 있다. 친정이 조·중·동인 의원들이다. 미디어 관련법 상정과 관련해 언론사 출신 의원이 연이어 질의에 나서자, 문방위 회의를 지켜보던 한 국회 관계자는 “언론사의 편집국 회의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출신 진성호 의원 등 4명 문방위로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신문사는 조선일보다. 문방위에는 무려 4명의 조선일보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의원이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이다. 진 의원은 2007년 대선 전까지 조선일보에 근무했고, 특히 미디어 관련 기자였다. 미디어 문제에 관한 다른 어느 의원보다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발의된 미디어 관련법의 의안 발의자 명단에는 진 의원의 이름이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미디어 관련법 중 하나인 전파법 개정안은 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지상파 방송과 위성 방송에 사용되는 무선국 개설 허가를 5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이 법안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상파 방송의 진입 규제 완화의 의미도 포함돼 있지만 대기업 및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진입 유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흥길, 김창수, 이효재, 이경재, 진성호, 최구식, 홍사덕(사진 왼쪽부터). 최근 문방위에는 조선일보 출신 의원이 새롭게 포진했다. 구본철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이 자리에 김효재 의원(한나라당)을 투입한 것이다. 김 의원은 197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2004년 논설위원을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를 떠났다. 18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후 박희태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이 기습상정된 후 열린 3월 3일 문방위에서 김 의원은 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원장 석에 앉은 이종걸 의원을 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이 의원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날치기를 했다”고 하자, 김 의원은 “그러니까 날치기가 아니지”라고 맞받아쳤다. 이종걸 의원은 “진성호 의원과 김효재 의원이 미디어 관련법 통과에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구식 의원(한나라당)은 198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국회의장 공보 수석으로 정치계에 진출했다. 미디어관련법 대부분에 최 의원은 발의자로 참여했다. 조선일보 출신 의원 중 ‘독특하게도’ 김창수 의원은 자유선진당 소속이다. 1981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김 의원은 1989년 노조위원장을 지낸 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활약했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의 공천으로 대전 대덕 구청장에 당선했으며 지난해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 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입장은 자유선진당의 당론에 따른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미디어 관련법 쟁점과 관련해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지분 소유한도를 여당안의 20%에서 각각 10%로 제한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고흥길 위원장(한나라당)과 홍사덕 의원(한나라당)이 있다. 고 위원장은 2월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 상정해 야당 의원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됐다. 고 위원장은 1995년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1997년 이회창 신한국당 고문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진출해 2000년 16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고 위원장이 친정인 중앙일보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무리하게 기습 상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 측은 “고 위원장은 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인 미디어 추세라는 신념을 갖고 있을 뿐이며 몇 개월 전 발의한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위원장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를 위한 배려라는 야당의 비난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16명 중 10명이 언론사 출신 역시 중앙일보 출신인 홍 의원은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다. 6선 의원인 데다 친박에 속해 있어 미디어 관련법 추진에 적극적인 친이 의원들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홍 의원은 문방위에서 관련 법안을 상정해 토론해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출신인 이경재 의원(한나라당)은 정치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홍 의원처럼 다선 의원인 이유로 이 의원은 미디어 관련법 추진에 적극적이지는 않는 편이다. 오래전 신문사를 떠나 정계에 입문해서인지 야당의 동료 의원들조차 이 의원의 ‘친정’이 동아일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힘’은 조·중에 못지않다. 미디어 관련법과 관련해 동아일보는 방송통신위에 정치부장 출신인 최시중 위원장이라는 우군을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방위에는 모두 7명의 의원이 조·중·동 출신이다. 조선일보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중앙일보가 2명, 동아일보가 1명이다. 이종걸 의원은 “아직 법안을 본격적으로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신문사 출신이 자신의 친정 언론사에 유리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보다 한나라당의 당론을 따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 역시 “친정보다 한나라당 당론에 충실하게 따르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고차원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일부 의원은 출신 언론사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언론사 출신 의원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미디어 정책 분야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일은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언론의 기본적인 가치와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파적이고 자사적 경향에 치우쳐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 위원장은 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사전에 자사 출신 의원의 당선을 암암리에 돕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방위에는 조·중·동 외에도 신문·방송 출신인이 많다. 강승규 의원은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을 거쳤다. 안형환 의원은 KBS 기자 출신으로 정치외교팀 외교 안보 데스크를 지냈다. 허원제 의원은 SBS 기자 출신이다. 허 의원 역시 미디어 관련법 대부분을 공동 발의했다. 한선교 의원은 MBC 아나운서 출신이다. 한나라당은 위원장을 포함해 16명의 의원 중 10명이 언론·방송사 출신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는 장세환 의원이 한겨레, 최문순 의원이 MBC 출신이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