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무한도전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 -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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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출연 정앵순 할머니 마을에 숨겨진 비밀, 1천명 학살

국군,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최소 1천여명 학살해

무한도전에서 예능감을 뽐낸 산내리 정앵순 할머니.ⓒ 방송화면 캡처

정앵순 할머니가 사는 산내리에 한국 역사에 가장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18일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앵순 할머니가 구수한 입담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정 할머니가 부른 노래와 함께 산내리 마을의 역사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날 추석특집으로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는데, 이 마을에서 '변호사'로 통하는 정앵순 할머니는 "내가 조금만 젊었으면 가수를 했을텐데"라며 원로가수 현인 선생의 '전우야 잘 있거라'(박시춘 작곡, 유호 작사)를 열창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자라"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만들어진 '전우야 잘있거라'는 '전선야곡'과 더불어 정식 군가는 아니지만 군가처럼 불리던 노래였다.

무도 멤버들은 '전우'의 호전적인 가사에 멤버들은 일순 놀라기도 했는데, 김태호 PD는 정앵순 할머니가 '전우'를 부른 데 대해 "산내리는 한국전쟁 당시 많은 아픔을 겪은 곳"이라며 "그래서 '변호사' 할머니가 그런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가정마을 뒷산에서 한국전쟁기에 집단 희생된 민간인 유해 100여구를 공개하고 있다. 발굴현장에서는 유골과 함께 거울, 은반지, 숟가락, 고무신, 담뱃대 등이 다수 발견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는 1951년 2월20일 빨치산 토벌 작전에 나선 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민간인들이다.ⓒ 뉴시스

발굴현장에서는 유골과 함께 거울, 은반지, 숟가락, 고무신, 담뱃대 등이 다수 발견됐다.ⓒ 뉴시스

실제 정앵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함평 해보면 산내리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전남지역 최소 1000 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1951년 2월20일 육군 11사단 20연대 2대대 등 군.경은 '대보름 작전'으로 불리는 토벌작전을 벌여 함평.장성.영광.나주 4개군 9개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50여년이 넘도록 진상은 규명되지 않아 왔다.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시기 "피해자들이 양만이 아니라 무장공비와 공비의 가족들"이라는 색깔론 탓에 생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에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와 진상규명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극이 벌어질 때 빨치산 함평군 해보면 불갑산지구사령부 참모장을 지냈던 김진현 씨는 당시 "군경의 공격과 함께 무장 빨치산 50여명이 후퇴해, 피난민들만 남아 있었다"며 "이튿날 돌아와 보니 여자와 어린이 등 피난민들이 죽창에 찔린 채 숨져 있어 흙으로 덮어 묻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경찰관으로 활동했던 지역 주민 김석주 씨도 "아무것도 모르고 불갑산으로 피신했던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이 죽었지만, 아직까지 주검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미군 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 특별조사 위원회'(전민특위) 국제조사단은 정앵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불갑산 자락에서 유골들과 탄피, 탄두 등을 발굴했다. 발굴현장에는 3살에서 6살 사이의 유아나 어린이로 보이는 유해가 포함돼 있고, 유품중에 거울과 빗, 담뱃대 등 여성과 노인들이 쓰는 물건들이 나왔다.

이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추가로 지난해 7월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가정마을 뒷산에서 100여 기의 유해와 생활용품 수백점을 무더기 발굴했다. 유해는 여성과 유아(3~6살 추정), 어린이(13살 추정) 등으로 보이는 100여구 였으며 이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녀와 구슬, 반지, 거울, 수저, 신발 등 생활 유품 240여 점도 나왔다. 특히 희생자들을 살해하는 데 국군과 경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M1과 칼빈용 탄피 93개, 탄두 28개, 탄창 9개도 함께 발굴됐다.

진실화해위는 생존자 증언과 유품 등을 통해서 이곳에서 숨진 사람들이 빨치산이 아니라 인질로 끌려온 주민들인 것으로 확인하고, 이 지역 일대 민간인 집단학살 지역에 대한 추가 발굴과 발굴현장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58년만에 국가가 공식적으로 학살을 인정한 것이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군 전투상보와 주민 증언을 종합할 때 불갑산 일대에서 희생된 민간인이 최소 1000명에서 최대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전남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가정마을 뒷산에서 한국전쟁기에 집단 희생된 민간인 유해 100여구를 공개한 가운데 유족들이 유골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1951년 2월20일 전남 함평군에서 빨치산 토벌 작전에 나선 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민간인들의 유해ⓒ 뉴시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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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박사|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