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씨 무죄, 판사님 고맙습니다 김태동(미네르바)

박대성씨 무죄, 판사님 고맙습니다 김태동                                                      < 다음 아고라 sok94님의 글 원문보기 >

박대성씨 무죄, 판사님 고맙습니다

어제 박대성씨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다 알고 계시죠?

아주 기쁜 일입니다. 어제 내린 단비가 가뭄에 일부 해갈이 되었듯이,

박대성씨의 석방이 옥죄이는 표현의 자유를 풀어줄 단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유영현 판사님, 고맙습니다.

어쩐지 어제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가기 싫어서, 아예 넥타이를 매지 않고 법원에 갔습니다. 두 번째 공판부터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하시는 것을 보고, 한가닥 희망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박찬종, 김갑배 변호사님들이 13일 공판에서 열과 성을 다하여, 법리적으로 변론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판사님이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시리라는 한가닥 가능성을 포기하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무죄

판결을 듣는 순간 너무도 기뻤습니다.

방청석에서는 즉각 박수가 터졌지요.

판사님도 들으셨지요? 그 뜨거운 박수소리를.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리적으로 무죄 판단을 했을 뿐 외부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히셨다지요. 제가 과문인지는 모르나, 작년 이후 1년여 기간에 단일 판결로서는 사법부의 신뢰를 되세우는데 기여한 가장 중요한 판결로 평가될 것입니다. 판사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열번, 백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고라 친구들이여!

고맙습니다. 

이번 미네르바 재판의 본질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지키느냐 못하느냐를 가름하는 것이라는 방향을 여러분이 제시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도움과 응원으로 박대성씨는 어제 풀려난 것입니다. 그동안 아고라에 글로 도와주셨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공판에 직접 방청하러 오셨습니다. 어떤 분은 멀리서 비행기 타고 오시고, 어느 분은 연가를 내서 오시고, 어느 장애인은 어려운 교통여건을 뚫고 오셨습니다.

 

박대성씨는 서울구치소를 나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리는 권리를 사소하고 작은 부분부터 지키고 가꿔나가는 게 민주주의의 시작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정확하고 또 절실한 지적입니까? 그는 여러분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훌륭한 청년입니다.

저는 어제 무죄 판결 직후, 박대성씨 부모님과 변호사님의 차에 동승해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갔습니다. 차가 도착했을 때는 일부 TV에서 이미 와서 구치소 정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계속 다른 언론기자님들이 도착하고, 또 서초동 공판에 오셨던 아고라 친구들도 여러 분 오셔서 출소자 대기실은 만원을 이뤘습니다. 비가 와서 밖에서 대기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예상외로 박대성씨가 탄 호송차가 늦게 와서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들으니, 20명 내외의 다른 미결수들이 각자 공판을 끝낼 때까지, 박대성씨는 서초동 법원내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와야 했기 때문에 늦었다는 겁니다. ㅠㅠ

세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부모님과도 잠시 이야기 했지요. 아버님은 올곧은 마음이 강하신 분 같고, 어머님은 남에 대한 배려가 많은 부드러운 심성을 지닌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두 분의 아들인 박대성씨는 자연히 올곧고 부드러운 마음을 다 지닌 사람이겠지요.

또 각종 재판에 열심히 나가서 도와주시는 분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지유를 억압하는 재판이 현재 얼마나 많이 진행되고 있나 잘 아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이기에 이번 미네르바 재판이 일단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것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5시반쯤 박대성씨가 구치소문을 나왔습니다. 30명 내외의 기자가 그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때 박대성씨의 인터뷰 내용은 여러 곳에서 보도되었으므로 생략합니다.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신분들이 오해하실까봐 하나만 첨언합니다. 갑자기 많은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니까, 눈이 부셔서 눈을 잘 못뜨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는 의연하게 한 두가지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관련하여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한가지만 더

어머니가 먹여주신 두부! 그건 어머니가 직접 사신 것은 아닙니다. 어느 방청인이 거기까지 오셔서 두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몸소 빗길을 뚫고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가서 사오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뵙는데, 거룩한 얼굴입니다. 어머님은 그 두부를 한시간 이상 소중한 보물 다루듯 꼬옥 안고 계시다가 아들에게 먹이신 겁니다.

빗속에서 인터뷰, 또 대기실에 들어와서 인터뷰 합하면 반시간은 한 것 같습니다. 박대성씨는 아주 훌륭하게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저는 올 때도 박찬종 변호사님의 호의로 박대성씨와 같이 다시 서울 시내로 왔습니다. 그리고 8시반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댁에 가면 개별인터뷰 요청이 쇄도해서 잠을 잘 수 없고, 본인이 감기에 몸 컨디션이 안 좋고 해서 부모님의 사전 양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분과 셋이 같이 저녁식사도 했습니다. 이 때 이야기는 생략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박대성씨는 이제 구치소를 나온지 한두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그는 연신 저에게 어려운 질문만 하였고, 그 질문들에 비추어 그의 머리는 온통 나라 걱정으로 차있는 것 같았다는 말씀은 여러분께 전해 드립니다. 그는 공익을 해칠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280편 글이 공익에 이미 크게 기여하였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에 크게 기여할 인재라고 판단됩니다.

저는 짧은 지식으로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 현재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보다 경제위기를 덜 심하게 겪고 있는 나라들을 나열하였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질문이 예리해지면 예리해질수록 제 마음은 더욱 기뻤습니다.

제가 옳은 의인을 위하여 작은 역할이라도 했다는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죠.

그와 헤어진지 일곱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 마음은 기쁨으로 설레입니다.

박대성씨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신 유영현 판사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아고라 친구님들, 앞으로 박대성씨가 다시는 구치소 앞에서 두부 먹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실꺼죠? 다른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도 도와주시구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훼손하는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짱의 선고재판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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