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 -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 -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 다음 아고라 라음님의 글  원문보기 >

정말 이명박스럽다! 어젯밤 9시 뉴스를 통해 교육과학부에서 발표한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이 정권에서의 '자율'과 '경쟁'은 이제 비호감을 너머 혐오의 수준으로 느껴진다. 획일적인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해 더욱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데, 과연 그럴까?

 

 

1.교육과정 자율화

  국가가 정한 공통된 기본 교육과정 때문에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똑같은 과목을 똑같은 시간동안 획일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통해 학교를 다양화 하고 특성화 하겠다고 한다. 각 교과별 수업 시간을 20% 범위안에서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학교에 부여한다는 것이 중심 내용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영,수 위주의 시간표가 짜여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교육이 획일화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입시경쟁' 때문이라는 것을 정부는 모르고 있는 걸까? 오직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버린 교실에서 학생들의 감수성과 예술적 능력 향상을 위해 미술, 음악, 체육 수업을 강화하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 교육과정 자율화로 전인교육을 이뤄내겠다는 교육부, 자신감이 너무 과하다.

 

  또, 고등학교 2~3학년(선택중심 교육과정)의 경우 교육과정이 정한 교과목 외에 다양한 선택과목을 학교 자율로 신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그렇다면 단위 학교에서 학생들의 지적 사고의 풍부한 확장을 위해서 고전, 철학, 심리학, 환경 등의 과목을 신설하게 될까? 당장 대학 입시가 코앞인 고2, 고3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논술대비', '토익토플', 'SKY준비' 라면 모를까……. 도대체 '다양한' 선택 과목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자율화', '경쟁력강화', '다양성 확대'라는 말들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입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자율적인' 학교에서 21세기를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생을 기르겠다는 것이 대한 민국의 교육 목표이다. 

 

 

2. 교원 인사의 자율화

  교장의 교사 초빙권 범위를 교원 정원의 20%까지로 확대하고 학교장의 '교사 전입 요청권', '전보 유예 요청권', '비정기전보 요청권'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사 초빙권이란 교장이 학교에 필요한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것이고 교사 전입 요청권은 능력있는 교사를 학교로 데려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전보 유예 요청권은 근무기간이 만료돼 다른 학교로 가야하는 교사를 더 있게 하도록 요청하는 것을 말하며 비정기 전보 요청권은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한 교원이나 징계 처분을 받은 교원을 타 학교로 발령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 권리들이 학교의 책임성을 높이고 학교장의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입시에 갇힌 학교 현장에서 '누가 훌륭한 교사인가인가'라고 하는 물음에는 답이 정해져있다. 반 평균 성적이 1등인 교사, 대학 합격율이 높은 교사, 시험공부 잘 시키는 교사, ……. 그렇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 근무 여건이 좋은 학교의 교장에게 선택받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학생 인권을 이야기하고, 일제고사의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안내하는 '성가신' 교사들을 학교에서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 '인사권'이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 교장앞에서 어느 교사가 소신껏, 자율적으로 교육행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또  교원 인사 자율화 계획에서는 박사 학위 소지자 등 전문가에게 교원 자격증을 주겠다고 한다. 이는 사범대나 교대를 졸업하지 않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교단의 문호를 넓힌다고 밝힌 교과부의 말처럼 교원 양성 체제를 개방하려는 시도인것이다. 현재 초등 교사는 교대를 졸업해야, 중등 교사는 사범대를 졸업해야 교원자격을 얻을 수 있다. 중등교원은 이마저도 개방되어 있어 교직이수나 교육대학원 등의 방법으로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교대는 일반 대학과의 통폐합 논의가 교과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교원 임용 과정이 개방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예비교사들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고민을 접어두어야 한다. 일단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너를 밟고 일어서 내가 합격해야하는 제도 앞에서 예비교사들에게는 교대와 사대를 다니는 4년 동안 튼튼히 자신의 교육철학을 가꾸며 교육적 능력과 소양을 쌓는 것보다는 임용고시에 나오는 문제를 중심으로 수험서를 달달 외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각종 시험과 대학 입시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 이들의 만남은 점점 감동없이 건조해질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교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원 양성과정과 임용고시를 심혈을 기울여 재편해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교원 임용체제를 '개방'하려는 시도는 정부가 교육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교대와 사범대라고 하는 특수 목적대학의 존재는 교원의 양성과정이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을 책임질 사람들을 '신중하게'길러내야 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특정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가들이 단기 연수를 통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한 계획을 반길 수 없다. 좀 똑똑하면 누구나(아무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발상은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일지 모르나, 교육의 전문가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3. 자율 학교 확대

  '자율 학교'란 교육과정 운영, 교과서 사용, 교장 임용 등에서 일반 학교와 달리 자율권을 갖고 있는 학교를 말한다. 교과부에서는 이러한 자율학교를 현재 282곳에서 2010년까지 2천5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전체 초중고교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위해 내년 3월에 개교하는 기숙형 공립학교, 마이스터고를 비롯해 교과부가 선정할 예정인 학력향상중점학교, 교육과정혁신학교, 사교육없는학교, 전원학교 등을 모두 자율학교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기숙형 공립학교는 희망 학생 전원을 기숙사에 수용해 공부시키는 학교를 말하고 학력 향상 중점학교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것으로 선정된 학교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 이들 학교가 입시학원 처럼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특목고와 자사고 역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명문대 입시 기관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에서 '자율'이란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을 무시하고 학교 마음대로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과목들을 가르치도록 허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에 이어 자율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또 엄청난 경쟁을 치르고 사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 포털사이트의 주식관련 카페에서는 이번 학교 자율화 3단계 조치로 사교육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았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자율'은 너무도 끔찍하다! 예비교사는 교사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속에서 감동없는 수험생이 되어야 하고 교사는 학교장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교육철학이나 소신 따위는 접어두어야 한다. 학부모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허리가 휜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학생들이다. 학교 자율화 방안을 통해 자유로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