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의 문제점

산업은행 민영화의 문제점                                                                        < 다음 아고라 공돌이님의 글  원문보기 >

 

                                        [산업은행의 의미]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성격이 다르다.

산업은행법 제1조는 설립 목적을 “중요 산업자금의 공급·관리”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져온 전력ㆍ철강 등 기반산업과 중화학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대표 산업의 설비ㆍ운영 정책자금을 저리로 제공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 총자산은 1백72조원이나 된다.

외환위기 당시 출자 전환한 부실 기업들이 하나씩 살아나면서 대우조선해양이나

GM대우차를 비롯해 굵직한 제조업체 지분을 각각 3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을 비롯해 투자금융 관련 자회사만 14개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 30% 미만을 소유한 비연결대상 자회사만 70개 업체에 육박한다.

즉 산업은행 인수 업체는 단숨에 한국 금융업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산업은행을 집어삼키는 자본이 한국 경제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 공기업 수익을 자본시장으로 ]

 

산업은행은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산업은행 지분법 적용 공기업의 지분법 적용 이익 비중 추이>(백만원, %)

그림에서 보이듯, 산업은행이 지분법 적용을 받고 있는 공기업인 한국 관광공사,

한국 전력공사, 한국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얻고 있는 지분법 이익은 당기순이익

대비 50%를 유지하고 있을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이듯, 지분법 적용을 받지 않는 출자 공기업 역시 안정적인 수익의

기반이다.

 

 

<산업은행이 출자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준공기업들과 각년도 순이익 규모>(백만원)

그러나 산업은행이 늘려가고 있는 자본수익 증권 거래는 오히려 산업은행 수익규모를

감소시키고 있다.

 

 <산업은행 파생상품 이익, 단기매매증권 이익, 당기순이익 추이>(백만원)

 

 

                                 [ 삼성그룹 ]

 

국회는 지난 4월 30일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을 의결했다.

5년 안에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회사를 분리하고

산은지주회사의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49%를 인수한 업체에게는 추가로 2%를 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줌으로써

경영권마저 완전히 넘길 수 있다.

재벌이 산업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금융 산업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금산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정부·여당은 지난 4월30일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산업자본의 시중 은행 지분에 대한 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상향 조정했고,

사모 출자 펀드(PEF) 지분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 한도를 18%(당초 10%)로

올렸다. 즉 은행법 개정안 통과로 ‘금산 분리 원칙’이 무너졌다.

재벌은 이제 시중 은행 지분 9%를 소유할 수 있고, 복수의 사모 출자 펀드를

통해 은행 지분을 얼마든지 매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그룹은 은행 업종을 제외한 주요 금융업종에서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은행까지 인수하면 삼성그룹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제조업과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금융업을

양수겸장하면서 삼성그룹은 한국 경제를 주도하게 된다.

 

삼성에 대한 선물은 따로 있다 .

삼성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도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금산분리완화가 보다 확대되는 것으로서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금산분리를 완하하는 것으로 6월에 국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금융지주회사법 보다 더 삼성에게 유리한 법이다.

이 법은 비은행지주회사에 금융, 비금융자회사를 동시지배하게 허용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 경우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없이 일반지주회사로서

그룹의 경영지배권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는 삼성이 그룹의 지배구도를 안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법은 삼성그룹의 염원이던

은행업 진출까지 가능하게 한 것이다.

 

 

 

 

 

                        [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 ]

 

■ 산업 지원을 위한 국책/특수은행에서 CIB(종합투자금융)으로

￭ 주요 목적 전환 : 주요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금융중개

￭ 주요 적용법령 전환 : 산업은행법 → 은행법/상법

￭ 조직 형식 전환 : 특수은행 → 주식회사/지주회사

￭ 주요 업무 전환 및 확대 : 주요 산업에 대한 시설자금 및 기술개발자금 대출 및 관리

→ 상업은행/투자은행 업무

※ 상업/투자은행 업무 : 대출, 어음할인, 소매금융업무(요구불 예금 업무 허가),

증권 인수 및 투자, 내외국환 업무 등.

 

■ 정책금융 통로/방식 전환

▶기존 산업은행 정책금융

▪ 개별기업 직접지원

▪ 간접금융(대출, 보증) 시장 활용

▶KDF

▪ 간접금융 지원 중심(민간은행에 대한 재보증 및 유동화 지원)

▪ 자본시장 활용(전환주 매입 등)

 

 

 

 

 

 

                                 [ 정부의 정책 수단 상실 ]

 

금융위기나 실물경제 위기가 도래하면 정부 당국의 정책적 수단이 매우 중요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런 역할을 주로 했다.

외환위기 당시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있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같은

중요한 기업이 살아났다.

경제 위기 극복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경제 위기 때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미국과 영국도 이미 은행을 국유화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는 금융산업을 교란시켰다는 평가마저 받는 투자은행마저도

국유화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공적 역할이 훨씬 강한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겠다고 한다.

 

경제 위기 하에서 정부의 정책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 CIB의 위험성 ]

 

■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주요 논리

 

- 지구적 자본시장 확대에 발맞춰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을 육성해야 한다.

- CIB는 은행법 규제를 받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투자은행의 위험 영업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CIB는 위기에서도 생존율이 높다.

 

■ 투자은행 모델 지금도 유효한가?

 

산업은행 민영화해서 대형 투자은행 만들자는 것은 결국 규모 키우고

고수익 고위험의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투자은행의 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도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고수익에 따르는 고위험을 간과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가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안이 없다.

덩치 키우고(그래봤자 미국 투자은행에 비해서는 한참 뒤진 수준)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저절로 큰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산업은행은 산업자금의 원활한 공급, 경제 위기 대응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 CIB에서는 위험 영업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되어 산은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이는 미국계 금융지주회사형

CIB 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씨티그룹 모기지 담보 자산 및 VIE 자산 추이(백만달러)

<씨티 그룹 부채비율 추이>(10%)

 

씨티그룹은 2007년 3분기,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위험’ 자산들을

크게 증가시켜왔다. 또 전체 자산총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시켰다.

<씨티그룹 - 메릴린치 비교 : 모기지 담보 자산 규모추이/단기매매-매도가능

증권 규모추이>

 

독립투자은행이며, 2008년 Bank of America에 인수되었던 메릴린치와 비교할 때도,

같은 기간, 씨티그룹은 규모와 증가율 면에서 높은 단기-위험투자 행위를 보이고 있다.

CIB 계열 투자은행의 자체보고서들과 각종 외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씨티그룹의

투자행태는 개별 기업만의 사례가 아니다.

물론 국가마다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수준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현행 한국의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수준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 미국의 규제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제도개선 방안에서 금융지주회사 자회사 임직원 겸직을

허용하고, 자회사간 업무위탁, 금융거래 정보 공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간 방화벽을 허물고, 사실상 영업행위를 완전히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또 원화 유동성 비율 계산방식을 변경-완화시켜줌으로써

경영건전성 관련 규제 역시 대폭 완화되어 있다.

 

 

■ CIB는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주요 독립 투자은행들이 파산, 인수되거나 금융지주회사로 형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CIB로 분류되는 은행들은 살아남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CIB의 상대적 안정성은 CIB 자체의 안정성에 있다기 보다

대규모 공적 자금 지원에 의존한 것이었다.

CIB 부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유는 CIB 은행 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예수금의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투자은행이 상대적으로 유지 존속되고 있는 이유는 이 기업투자은행들이

어디까지나 국가 전체의 화폐시스템을 담보로, (사회의 경제생활 전체를 담보로 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자본시장의 확대를 동반하는 기업투자은행의 육성은 언제든지

국가 화폐 시스템 및 국민의 경제생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 경쟁력?

다음은, Bloomberg에서 발표한 2008년 3분기까지의 각 부문별 투자은행(Underwriter)

실적 순위 중 한국 금융기관들이 주요 순위에 랭크된 부문들이다

 

동일한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이라 할지라도 달러-엔화-유로화 채권 시장 인수 실적이나,

주식 관련 업무 실적에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순위를 올리지 못하고 있거나

최하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3국 통화 채권인수 건수는 1건에 불과함. 사실상 최소 거래규모

이상의 실적을 낸 기업들 중 최하위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 시기, 자본시장 통합법,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자본시장 표준화 과정과 맞물린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기존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KDF의 문제점들 ]

 

■ 정책금융 자금의 축소

‘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 설립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더라도,

기존 정책 금융은 KDF의 형태로 유지, 존속된다.

<산업은행(07년 기준)과 신설 KDF의 자본금/순자산가치 및 자금공급규모 비교>

(단위 : 조원)

 

오히려 2007년 기준 저리 정책성 자금인 1.4조원을 정책 금융 자금으로 평가할 때,

이 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정책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에 따르면, 산은 주식매각 자금으로 3년간 매년 2조원 가량이

들어오고(3년 합계 6조원), 레버리지 비율을 100% 정도로 가정한다면,

매년 20조원 가량의 신규자금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리 정책성 자금은 총자금 공급 규모의 5.1%에 불과하다

.(환산시 총자금공급 규모는 대략 27조 5천억)

비록 대부분이 상업적 베이스로 공급되고 있다할지라도,

이는 산업은행의 내부 정책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된 KDF의 자금공급 규모는 향후 3년간 KDF로의

자본금 유입에 기초한 것이며, 3년 이후에는 불투명하다.

어떤 면에서든 정책 자금 공급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 On-Lending 지원 방식의 문제점

정부안에 따르면, KDF는 On-lending 방식에 기초하여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즉, 정부의 직접지원을 최소화하고 민간 금융회사가 직접 지원 기업을 선별,

지원하되, KDF는 후선에서 민간금융회사에 대해 신용보강 및 유동화 지원을 통해

산업자금을 간접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원방식은 이미 작년에 시행된 바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대책’을 제시했는데, 이 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은행의 자발적인 중기 선별, 지원 기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On-Lending 방식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 지원대책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래 사례들에서 보이듯, 정책금융을 통해 민간은행을 후선지원 하더라도, 민간은행들이

내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에게까지 자금을 풀지 않거나 또 다른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On-Lending 방식에 의존할 때, 정책금융 집행시 정책적 목적이

민간은행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이 통합되고 민간은행이 자본시장의 적극적인 행위자로 행위하고

있는 경우 그 한계는 더욱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사례1.

일부 은행들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는 꺽기가

빈번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를 주거래 은행으로 가입하면 각종 혜택을 준다고 말하면서

만일 다른 곳과 계약하면 앞으로 대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 뉴스 11.11)

사례2.

일부 유동성이 좋은 그룹을 제외한 중견ㆍ중소기업들의 경우 건당 100만달러가 넘는

해외 원자재나 부품,생산설비 도입이 사실상 중단되었음. 10대 그룹에 속한다 하더라도

신용도가 낮은 계열사들은 신용장 개설을 하지 못하거나 금액이 깎이는 바람에

현금으로 수입 대금을 결제해야하는 상황. (한국경제 신문 11.10)

사례3

‘08.6월 정부합동감사반의 ’금융권 불공정 대출거래 경험조사‘에서

대구시 추천으로 경영안전자금을 융자받은 기업 중 60개 기업을 표본조사한 결과,

55%인 33개 업체가 민간은행으로부터 대출과 연계한 정기적금, 연금 등의

가입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남

 

사례4.

‘07.1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

의하면 거래 금융기관이 보증기관의 부분보증에 대해 추가담보를 요구한

경우가 19.8%, 예․적금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16.1% 등

순수 신용대출은 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

 

 

                         [ 주주자본주의 ]

산업은행 민영화는 주주자본주의를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최소한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계자료에 맞춰 일정한 수익성과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향후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보다 유리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자금거래관계를 맺는 일반 기업들 역시 투자자로서의 자본시장 행위자의 요구에

맞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자본시장과 관련맺는 전체 집단들의 시야를 단기화시키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

단기적인 재무 안정성 확보에 매달리게 만드는 메카니즘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즉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장기적 투자에로의 자원 배분 대신

단기 실적 위주로 금융기관의 의사가 결정되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주주가치 실현을 최고의 기업경영원칙으로 강요하면서

생산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방해하고, 단기이익을 노리는

투기적 기업경영을 강요할 것이다.

 

참조>신문기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