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복지` 수능 괴물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아들에게 속죄의 글

수능 괴물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아들에게 속죄의 글

저는 오늘 수능을 치르는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형입니다.

응시를 거부하는 자녀를 달래어 응시장을 힘없이 걸어가는 아들을 뒤로 하고 회사로 출근하였습니다.

아들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6일 자정 무렵 도서관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와 7일 예비소집 등 응시관련 준비물을 점검하던 아이가 괴성을 지르더군요.깜짝 놀라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앞이 꽉 막히고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금년 수능 응시를 위해 접수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선택과목에서 지구과학Ⅰ을 선택하여 자필로 기재를 했는데 접수처에서 입력착오로 지구과학Ⅱ로 접수되어 접수증을 받아 온 사실을 그 순간(7일예비소집 당일 새벽)에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단 흥분을 달래고 아이가 대단한 착각을 한 것으로 알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습니다. 아이가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 자신의 표정을 억제하지 못할 때...정말 학부형으로서도 가슴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아이는 울먹이며 "저 이제 인생 끝났어요…1년동안 헛고생 했어요. "라고 말을 할 때 정말 어떤 표현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새벽에 바람을 쐰다고 집을 나서는데 덜컥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벽 2시쯤 집에 들어왔습니다. 안도의 긴 한숨을 쉬고 진정되었는지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때 아이가 하는 말이 "아빠,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히 자신은 지구과학Ⅰ로 기재했는데요…"라고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고 아이가 외출한 사이에 교과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억울한 사연을 민원에 올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말입니다. 그렇게 새벽은 밝아와서 7일 아침이 되었지만 아이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좌절한 상태로 이불 속에서 뒤척이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출근하였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쯤에 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때까지 저도 우리아이가 정말, 착각을 하여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전화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제게 전송하였습니다.(첨부파일)

아이는 남부교육지청으로 가서 본인이 응시를 하고자 제출할 때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고 즉시 사진을 찍었더군요. 사진(첨부)에는 아이가 직접 기재한 "지구과학Ⅰ"이라는 글이 자필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접수는 "지구과학Ⅱ"로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흥분을 하였지만 제가 일단 진정을 시켰고 한 걸음에 남부교육지청으로 달려 갔습니다.

접수처에서 일을 보는 여성직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학생이 서류에 기재는 그렇게(지구과학Ⅰ) 했지만 자신들은 수많은 수험생 접수를 받다보니 실수할 수 있고 또 자신들이 출력한 내용을 확인하여,  최종 학생이 자필서명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본인들이 업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했고, 이 상황에 대해서 그 직원은 너무 차분하다 못해 그럴수도 있지~라는 느낌 이었습니다.

너무도 화가 난 저는 우리아이가 실수한 것만 잘못인 것이냐고 그 직원에게 소리치고,

담당 장학사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4시간여 동안 장학사와 면담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였지만

“아무리 자신들이 상위기관과 노력을 해봐도 소용없고 접수한대로 응시를 하고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저를 이해시키려고만 하였습니다.

이 문제가 과연 제가 이해한다고,,,해결이 되는 문제일까요..

끝까지 저는 정말 백방으로 알아 보았지만 교육부 관계자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안타깝지만 학생을 잘 설득하여 응시토록 권유하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수능생들의 이런 예기치 못한 사태(질병,사고 등)를 대비하여 수능관리를 하는 당국(교육지청, 교육부)이  수능 전에 이렇게 발견된 사실에 대해,(너무도 직원의 착오가 확실히 들어나는) 이 일에 대해서 사과와, 위로 말고는 정말 아무런 조치도 못한다는 점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현실에 맞추어 그저 담담히 이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걸까요…

저는 최종 남부 교육장님까지 면담을 하였으나 마냥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태한 말만 담당자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저를 이해시키고, 위로하여 돌려 보내려고만 하였습니다.

저는 아무런 해결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아빠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루 종일 녹초가 되어 씨름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교육지청과 교육부의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제발..꼭 좀 연락 부탁한다고,, 하면서 돌아왔는데…

교육부와 남부교육지청의 담당자들 전화는 예의상 한번씩 와서 결론은 "어렵다,안타깝다"라는 말이 끝 이였습니다.

정말 미치도록 힘겹고 한국의 교육 현실과 담당자든 당국이든 그들의 무책임함이 가증스러웠습니다.

본인들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라도 아이가 제대로 응시가 가능하다면 무엇이든지 한다고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은 그냥 .입으로만 할 수 있는 말 서비스였습니다.

역지사지...이런 이야기가 저만의 이기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치열한 수능지옥을 치뤄야 하는 한 아이의 아빠입니다.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더군요...

제 아이의 말..."아빠 이상해. 그 사람들(직원들)은 분명히 그 업무만 수년간 해온 직원(어른)이고, 나에게 출력해서 줄 때, 자기들도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텐데, 본인들이 먼저, 서류랑 출력한 걸 확인하고   나에게 서류를 주며 서명을 받았을 꺼라 라고 생각했는데….이런 단순한 것을 직원이 틀릴꺼라는 생각은 정말 꿈에도 생각치 않았는데… 어째서..본인(직원)들의 실수는 “그냥 업무가 많다 보니  당연하다”는 듯

넘어 가면서, 나에게만 “학생이 그냥 사인한 것이 실수였으니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것이 정말 가슴이 메어지고 답답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어른들, 교육관리자들...믿을 수 없고 그들의 실수를 덮으려는 비겁함과,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이 현실에 대해 조소하더군요...

그러면서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무슨 정직하게, 용기있게 살아가라...꿈을 가져라 하냐 가르치냐고...

저도 한 아이의 아빠이면서 기성세대(어른)입니다. 응시 결과에 관계없이,

한없이 축 쳐진 모습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우리 아이의 힘없는 어깨를 보면서,

학생들에게 비겁한 어른들의 마음을 들켰다는 생각과,

수능지옥에서 처절한 1년을 보낸 대한민국의 수능생들에게 절대로 이러한 일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마음과,

아무 힘없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아이와, 또 그 어디엔가 있을 또 다른 피해학생에 대해 , 무능한 성인으로서 아빠로서 속죄하는 글을 올려 봅니다.

 

 

출처: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214503
베니비디비씨 (t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