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쏙 빠진 "휴먼 뉴딜"

알맹이가 쏙 빠진 "휴먼 뉴딜"                                                < 다음 아고라 햇살마루님의 글  원문보기 >



▶중산층 육성은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녹색 뉴딜에 이어 지난 23일에 중산층 육성을 골자로 하는 “휴먼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중산층이 10%가 감소했으며, 중산층 붕괴를 방치할 경우 사회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다. 중산층 육성을 목표로 하는 휴먼 뉴딜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으며,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첫째,소비성향이 큰 중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해야 소비가 증가하고 내수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도는 날로 심화되어 왔다. 이는 중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지난 해 봄 발생한 촛불시위의 원인은 단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음이 분명하다. 장기침체는 피할 수 없어 보이고, 청계천을 뒤덮었던 촛불이 전국을 뒤덮게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경기침체에 사회혼란마저 겹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중산층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알맹이가 쏙 빠진 중산층 육성책

 

그러나 정부에서 발표한 휴먼 뉴딜을 살펴 보면 알맹이가 쏙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사교육비 경감을 제외하고는 ‘~하도록 지향한다“ 정도의 선언적 의미 일색이다. 또한,그동안 MB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과 서로 상충되는 부분들도 많다.

중산층 몰락의 원인은 양극화의 원인과 일맥상통한다. 휴먼 뉴딜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고 중산층을 되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원인들을 제거해 나가면 되는 일이다.

과도한 주거비용이다.

 

부동산에 낀 거품을 빼고 주거비용을 낮추지 않는 한은 중산층 복원은 커녕 장기적으로 경기회복도 요원한 일이다.그러나 정부에서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을 우려하는 것 같다.거품 붕괴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경착륙은 막아야 하겠지만, 거품을 빼고 부실을 덜어 내야 회복이 앞당겨진다.

대형마트는 중산층 몰락의 주범이다

 

중저소득층의 주소득원은 자영업소득과 근로소득이다. 그런데 96년 김영삼 정부의 무분별한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가 소비시장을 장악해 나가며 동네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대형마트 하나가 재래시장 10개 정도의 매출을 차지하고, 그 주변의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오고 6개월 이내에 매출이 30~40%가 감소한다. 지역에서 돌고 돌며 지역경제에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돈을 대형마트가 몽땅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지역 제한이나 마트의 면적에 대한 제한도 없이 무제한으로 대형마트를 허용해 주고,박스 판매가 아닌 낱개 판매까지 허용해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이미 태백 탄광촌에까지 대형마트가 들어 와 있고, 울산을 예로 들자면 인구 150만의 그곳에 11개의 대형마트가 들어 와 있다. 서울의 경우도 대형마트가 많이 들어 와 있는 강서구의 경우는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유달리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주유소업까지 할 수 있게 허용해 주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그것으로 모자라 200~300평 규모의 Super 수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동네 골목까지 파고들고 있다. 중산층이 몰락하지 않는 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에서는 대자본의 서민업종 진출을 억제하고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그들이 브랜드를 통일하고 유통망을 공유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불공평한 임금체계: Pay-Sharing을 해야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비정규직제도는 실패한 것이다. 비정규직 도입의 명분이 고용유연성이었지만 현재 실직자가 재취업한 경우는 18%에 불과하다는 발표도 있었다. 생산현장에서 정규직이 연봉 5천만원 이상을 받을 때 궂은 일은 도맡아서 하는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월 150만원 안팎의 저임금에 목을 매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불공평한 것이다. 임금체계를 손질하여 Pay-Sharing을 해서라도, 현재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고 신규 비정규직 채용은 금지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당장 그것이 힘들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차별이라도 금지시켜야 한다. 중저소득층의 주소득원 중 하나가 근로소득임은 위에서도 밝힌 바 있다.

높은 간접세 비중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25% 정도로 미국과 비슷하지만 문제는 간접세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특히 가격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의 경우,한시적으로 정해져 있던 유류세 항목이 기한이 도래하면 다시 이를 연장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당장 간접세 비중을 낮추면 세수면에서 차질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간접세 비중을 낮추고 직접세 비중을 높여 가야 한다.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에 대한 각종 세금은 낮춰 주면서 중저소득층의 적인 간접세 비중은 높게 유지하는 것은 휴먼 뉴딜과 상충되는 일이다.

높은 통신비 비중

 

가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가처분소득 중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2004년도 기준, 가계가처분소득 중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이 6.5%, 일본이 3.9%이다. 통신사들은 이미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많은 순익을 내고 있다.

금리의 2중구조

 

2001년 이후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부유층들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부풀리고 주식이다 펀드다 들떠 있을 때, 저소득층들은 급전이 필요해도 은행 문턱조차 넘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연 수십 %의 고금리 사채이자에 시달리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갔다. 저금리의 축복은 그들만의 것이었다.

             -간략하게 적으려 노력하는데도 적다 보니 길어 지네요-

몇 가지 더하자면,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88%를 제공한다. 대기업은 90년대말 200만 명을 고용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대폭 감소하여 130만 개의 일자리만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희생해서 대기업을 키우는 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의료 민영화,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며 중산층 육성의 휴먼뉴딜이라는 간판을 내거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경쟁 위주의 교육 역시 그렇다.

미국식의 민영의료보험제도와 영국식의 무상의료제도 모두 단점이 있다. 그 중간 정도인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비교적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이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나서 철도회사는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사고가 잇따르면서도 철도이용 요금만 올랐고, 전기,통신 등 각종 서비스 요금 역시 급등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교육은 둘째치고라도, 공교육비용 중 수익자가 부담하는,즉 학생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비중이 OECD국가 중 단연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각종 특목고 외에도 300개의 자사고를 만들어 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방과후학교

 

위에서 간략히 살펴 본 것처럼 그동안 중산층이 몰락하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이를 바로 잡는 것이 중산층 육성을 목표로 하는 휴먼 뉴딜의 알맹이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휴먼 뉴딜의 내용을 살펴 보면 오로지 사교육 억제 외에는 별다른 내용을 찾아 보기 어렵다.

 

그나마 정부가 내건 사교육 억제책도 부작용이 우려되고 별다른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방과후학교를 간판으로 내거는 것 같은데, 미국식 After School을 따온 방과후학교가 교육열이 남다르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는 우리 환경에는 맞지도 않을 뿐더러, 이미 실시 중인 학교들에서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인근의 학원을 학교로 끌어 들여 방과후학교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고, 대교,웅진 등 교육사업체들이 진출하여 생계형 학원만 몰락하게 만들고 사교육마저 대기업의 손에 넘어 가고 있다. 이 또한 중산층 육성과는 상충되는 일이다. 더구나 학교 현장에서는 강제성마저 띠기도 하여, 정규수업 후에 방과후학교를 듣고 다시 사교육을 찾게 되면 옥상옥을 만들어 오히려 교육비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휴먼 뉴딜은 중산층 육성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는 쏙 빠진 선언적인 의미 이상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댕그러니 간판만 내걸지 말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하여 구체적인 알맹이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긴 하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간판부터 내거는 모습이 미덥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