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살아남기 위해 신(神) 아닌 인간이 된 '일왕' (일본, 일왕 방한)

톺아보기-살아남기 위해 신(神) 아닌 인간이 된 '일왕'                                       < 다음 아고라 담담당당님의 글  원문보기 >

1.

 

2009년 하반기다. 확실히 격동의 조짐은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2.

 

'일왕'을 초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두 정권에서도 늘 초청했으니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아니다. 두 가지가 달라졌다. 하나는 '일왕'을 '천황'으로 부르는 일이 벌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일 신 시대'라는 또 '신'(新) 글자 한 자가 붙은 것이다.

 

3.

 

문제는 그것이 하필이면 내년, 2010년이라는 것이다. 나는 2008년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왕 방한을 제기했던 사람은 오코노키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였다. 중앙일보에 김영희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일왕 방한이 한일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것도 2010년에.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여전히 충분조건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렇게 해야 할 이유가 별로 납득되지 않는다. 간단하다. 그 이전에 충분한 사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뭔 '석념의 정'이 어떠니 그런 애매한 소리는 별로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이를테면 독도 영유권 주장포기...이 정도는 되어야지 된다. 그것도 없으면? 그건 모두 헛소리가 된다.

 

4.

 

히로히토를 상기해보자. '천황'이 자꾸 고유명사라고 하는 주장을 하는데, 한국에서의 그 명칭은 '일왕'이 옳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다. 여기는 여기 식의 고유명사화된 그런 사연이 있다. 역사이고 시대라는 의미다. 그러니 '천황'이라 부는 사람의 논리는 기본이 안된 것이다. 돌아가서 히로히토를 본다. 그는 살아남기 위하여 '신'(神)에서 '인간'으로 내려온 자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1975년 10월 31일의 공식 인터뷰 장면이 방송에서 나온 적이 있다. 그 어눌하게 말하던 '평화' 운운했던 모습을 보라. '평화' 하나로 살아남았으니 줄곧 그 이미지를 내놓는다. 평화헌법이란 일본헌법의 제1조는 일왕, 제9조는 바로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슬금슬금 바꾸기 시작해서 군대편제까지 바꾸는 참이다. 옛 일본군대로 말이다. 군국주의, 팽창주의는 일왕을 근간으로 해서 단 한 번도 바뀌어본 적이 없다. 평화는 그냥 명분이었을 뿐이다.

 

5.

 

54년, 55년만의 정권교체라고 한다. 자민당의 몰락이 과연 역사나 시대 문제 모두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다. 본질이 똑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바뀐 얼굴을 통해서 '정조대왕을 닯겠다'고 너스레를 피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본질을 해결해야지 아시아 존중이 되는 것이다. 그건 가능한가? 내가 보기에는 무척이 아니라 진짜 어려운 문제다. "일본의 문화와 역사는 '천황'에 연결되어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본 지식사회다. 그것을 뿌리 칠 수 없는 것은 "법률에 한 자도 적혀 있지 않다하더라도 '천황'은 존재한다"고 믿는 일본의 사회구조, 그리고 의식구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과연 2010년 일왕의 방한은 평화를 위한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세레모니'다. 아버지 히로히토가 못했던 다시 조선 땅을 밟는다는 원대한 꿈이, 그리고 그 때의 영광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전 전제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이 땅에 발을 들이는 건 시기상조일 뿐인 것이다.

 

6.

 

헌법 9조 개정을 둘러싼 일본 내의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 그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보기만 해도 이것이 과연 역사나 시대가 정리된 것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드러난다. 그렇게 하고서는 일본은 정권교체 이후 자주적인 전후 역사의 재정립이라는 말을 자주 구사하는 것이 꼭 '영광이여, 다시 한 번', 이렇게 들릴 뿐이다. 지난 시절 동안 일본의 우경화 작업은 상당히 깊숙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그것이 단순히 전후 패배주의의 극복 차원은 벗어나 있다는 것에도 유념해서 봐야 한다.

 

7.

 

이미 국내의 모 신탁이 일본자금의 공식적인 유치 및 운용을 맡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만히 주변을 보자. 벌써 제3 금융권이라 부르는 사채시장은 일본계가 대단히 넓게 발을 뻗쳐 있고, 코스닥 상장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명동이 된 경우들이 흔한데, 그 자금의 또 상당수는 일본계 자금이다. 그냥 엔케리 문제가 아니다. 직간접으로 들어온 자금이 상당하다. 국내 L 그룹 같은 경우, 지난 6월인가에 일본 내의 사장(대표이사)을 바꿨다. 신모 회장은 진짜 회장이 되었다, 용케도 그 시기 제2 롯데월드는 이런저런 내용도 없이 몰아붙이기로 허가를 내주는 꼴이 나타났다. 자금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다 조성했는데도, 최근에는 아예 '사무라이 자금'을 운운하면서 모든 자금의 이동을 진행한다. 자통법 이후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소유를 쉽게 만들어둔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8.

 

'책임'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고민들을 한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쉽게 '내가 하마!'라고 나서는 건 위험하다. 일왕의 초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일, 그 전후 사정에 있어서의 인식결핍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질문은 타당하다. 왜냐하면 바로 역사나 문화, 시대가 모두 연결된다. 조상들 볼 낯이 있는가, 없는가, 이 구분법이 해당된다. 그래서 걱정하고 우려해야 하는데, 슬그머니 이 기사가 나온 이후 뭔가에 묻혀가는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언론은 사실 언론이 아닌 것이다. 냉정하게 지금의 사정을 관찰할 그 무엇이 없다는 소리밖에는 안 된다. 그래서 책임은 여러 방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아마도 한국 사회지식과 지식사회에 똑같은 질문이 나오면? 그 대답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9.

 

'9조는 목숨이다', 어떤 일본 철학자가 방송에서 일본 헌법 9조의 개정문제를 두고 했던 소리다. 그것과 지금 '일왕'의 방한은 연결해서 봐야만 한다. 우리에게 지금 어떤 일이 닥치는가? 2009년 하반기, 역시 2010에 일왕이 한국 땅에 금의환양하는-약간의 사과만 곁들인 채-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냥 웃을텐가? 어이없어서? 아니면 적어도 그 시기는 피해라고 조용히 충고할텐가? 그 결정도 결국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몫이다.

 

10.

 

그 질문을 드린다. 그리고 보이는 것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참으로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주의깊게 주변을 살펴본다. 뉴라이...., 그 양반들은 지금 이 일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조금 우스운 생각이 든다. 냉정한 논리가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은 아주 최악이라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신'에서 '인간'이 된 일왕이 다시 '신'으로 오르기 위해 어떤 일을 꾸미는가? 모든 전쟁피해국은 다 다녔지만 한국(조선)만은 못 왔다? 우리는 피해자로써의 패배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말하고, 당연히 그 책임에 대한 걸 재차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책임은 다하지 않았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래서 그들의 '꼼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미울 수밖에 없다. '일왕'은 2010년에 서울에 오면 안 된다. 한일강제병합이니 합병이니, 100주년이니 그런 이야기는 말라. '주년'이란 기념의 뜻이 있다. 뭘 기념하려는가? 생각이 참 많아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