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 봉하 마을을 다녀와서 - 빈자(貧者)의 미학 - 노무현

[우공이산] 봉하 마을을 다녀와서 - 빈자(貧者)의 미학

봉하 마을을 다녀와서 - 빈자(貧者)의 미학

 

우공이산 ar***    

 

 

 

 

새순이 돋고 있었다.

봉하에도 봄은 오나보다.

그러나 그가 없는 빈 자리에 봄이 온다한들 나의 마음 허허롭다.

 

나는 무엇이 그리워 이곳에 왔는가.

나도 모르게 불쑥 당신이 보고싶어 찾아간 발걸음이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이 조악한 시골 마을에 당신은 주검 하나를 남기고 갔지만,

당신 때문에 수많은 이들은 하나 둘 모여들어 또 다른 공동체를 이루어 간다.

 

평일 오후의 한낮.

오수를 즐기는 늙은 할매들이 벤취에 자리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평일이라 찾는 이 없을 것 같았던 이곳.

젊은이들, 관광객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꽤 된다.

 

당신이 묻힌 묘역 주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묘역 조성 추가 공사'가 한창이다.

당신 죽어 '작은 비석'하나만 새기라 했지만,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그렇게 쉽게 당신을 보낼 수가 없나 보다.

 

 

수원 사람 사는 세상 : 대통령님 - 님이 봄이셨습니다.

 

 

 

묘역 주변의 조경수와 묘역 부지에 깔 박석(바닥돌)은 각계 인사들과

일반 시민들의 기부를 통해 조성해 나간다고 한다.

백성들이 한 때 왕이었던 분의 묘역을 조성하는 방식.

한 때 왕이었던 사람은 화려한 비석도 웅장한 봉분도 원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당신을 그렇게 보내기가 힘이 드나보다.

 

살아 외로웠던 사람, 죽어 외롭지 않겠구나.

살아 혼자였던 사람, 죽어 혼자가 아니겠구나.

나는 또 마음이 애잔해진다.

 

 

당신의 묘역 조성을 맡으신 분이 당신의 사저를 설계하신 건축가 승효상이란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어느 날 후미진 골목길의 비탈길이 갑자기 아름답게 다가왔다고 말하는 승효상.

그래서 그 후로 자신만의 건축을 이룩한 승효상.

흔히 그의 건축을 일컬어 '빈자(貧者)의 미학'이라 한다.

 

건축가 승효상이 말하는 '빈자(貧者)의 미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이들의 미학을 뜻한다.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고 검박할 줄 아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승효상은 말했다.

 

나는 승효상님의 '빈자(貧者)의 미학'을 생각하며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살고 스스로 절제할 줄도 검박할 줄도 모르는 절대 권력

개날당과 조.중.동과 천박한 장사꾼 멍박이를 떠올려 본다.

 

멍박아 너는 가난하게 살아보았다고 하지만 너는 절제와 검박의 미학을

모르는 한낱 수전노에 불과하다.

그러니 멍박아, 너 죽고 나서는 니가 묻힐 수만평의 대지는 있을지언정

너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할 국민들 마음의 땅은 하나 없다.

 

빈자(貧者)는 자신의 삶에 초연할 수 있다.

잃을 것이 없기에 자신의 목숨마져도 내던질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가진 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 무던히 애를 쓰는 법이다.

 

연전에 멍박이 너는 당선되고 나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공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환원하려니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기 아까웠나보다.

그래서 결국 각종 세금이 감면되는 재단이란 형태로 자신이 내뱉었던 약속을 비껴갔다.

특히나 교육과 관련된 재단을 세우게 되면 정부 지원금도 나온다고 하더구나.

 

세금 감면에다 정부의 지원금까지 받고 싶었니?

또 내가 너의 재단 이사진 구성을 살펴 보니 가관이더구나.

하나만 말해보마.

한 때 "땅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한 전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박미석이

이사로 선임되어 있더구나.

 

멍박아 너처럼 비록 가진 것은 많을지라도 영혼이 가난한 자에게는 국민과의

약속도 우스운 일인가 보다.

하긴 350억이 넘는 돈을 너같은 수전노가 덜컥 어떤 사회단체에 기부한다는 것이 아깝겠지.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재단 설립.

그런데도 너의 재단 설립을 마치 사회에다 전재산을 기부했다는 식으로,

조.중.동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그렇게도 짖어댔나 보다.

개.같.다.

 

반면에 빈자(貧者)의 죽음을 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 후,

그의 뜻을 기리는 이들이 자연스레 모여 재단이 구성된다.

그것도 불과 2달이 조금 넘어 20억 이상의 후원금이 모였고

지금은 40억 이상의 기부금이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권력에 기생하여 파리가 모이는 것이 아니라,

길이 있어 뜻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뜻이 모여 길을 내는 것이다.

 

 

 

 

보이느냐? 그가 살았던 생가(生家)다.

마침 노무현 당신께서 사셨던 생가가 복원되어 있었다.

낡은 툇마루에 짚으로 이엉을 엮은 초가집 두 칸. 토담을 끼고 있는 

이 초라한 생가에서 태어난 촌부(村夫)의 자식이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

그것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청춘의 뜨거운 피가 끓는 젊은 시절.

불우한 삶을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혁명을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그것이 굳이 국가의 전복(顚覆)을 말하지 않더라도

굴레처럼 씌워지는 노예와 같은 삶에 대해 분노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분노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청춘이며,

혁명을 꿈꾸지 않는 청춘은 좀비와 같은 삶일 뿐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살았을 노무현의 생가에서,

나는 당신이 맞았을 시대의 찬바람을 생각하며,

또한 당신이 걸어갔던 신난한 삶의 길을 떠올리며 분개한다.

 

가난한 삶을 살아본 자만이 낮은 자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가난한 삶을 살아본 자만이 가난이 주는 불편함을 생각하는 법이다.

가난한 삶을 살아본 자만이 세상과 함께 사는 길을 고민하는 법이다.

 

 

그런 그가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아침에 이승을 저버렸다.

그래서 나는 꽃 피는 봄이 오기 시작하면

자꾸만 마음이 저려올 것 같아

두렵다.

 

무지렁이 촌부(村夫)의 자식이 비굴하게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일개 개인의 목숨마저도 파리 목숨처럼 여기던 80년대 독재 권력,

그 절대 권력의 전횡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였던 사람.

인간 노무현.

 

그런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를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서글퍼 했는지 아느냐?

그런 그가 한 나라의 왕이 된 것은 바로 내가 왕이 된 것이나 다름 없었으며

빈자(貧者)가 권력을 챙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노무현의 죽음은 바로 이 땅의 평범한 이들의 죽음이고

곧 이 땅 모든 빈자(貧者)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비굴한 삶을 택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버리겠다는 의지로 사셨던 분.

 

미안하다. 멍박아~!

내가 너를 주군(主君)으로 모시지 못하고 멍박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은나라가 망하자 주나라 왕을 섬길 수 없다고

초야(草野)에 묻혀 살았던 허유와 소부처럼,

하늘에 해가 두 개일 수는 없다고 불렀던 도솔가(兜率歌)처럼,

주군(主君)은 하나여야만 하지 않겠느냐.

 

마음 속의 대통령을 가슴에 묻으며

3월 봄볕이 원망스럽다.....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 이성복, < 숨길 수 없는 노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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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곳 : 

카페 >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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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synergy|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