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조선일보>는 왜 인터넷을 휘젓나

장자연 리스트, <조선일보>는 왜 인터넷을 휘젓나                                 < 다음 아고라 박형준님의 글  원문보기 >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수사는, 경찰이 맡고 있다는 자체에서 별다른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유독 권력에 약하디 약한 모습을 대놓고 표출시키고 있는 경찰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찰이, 그것도 일개 지방관할서 경찰이 유력언론사 대표와 각종 거물급 인사들이 두루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제 아무리 언론이, 그리고 입으로 먹고 산다는 논객들이 엄정 수사 노래를 불러도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결정적인 이유다.

 

소속사 건물 압수수색, '삼성 비자금 특검' 압수수색 떠올리면 된다

 

경찰은 지난 22일 새벽 1시에 고 장자연씨의 전 소속사 건물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그것도 "전 소속사 건물에서 '성상납'이 이루어졌으며 3층에는 침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언론의 보도 이후에 시도한 것이다. 수사를 언론이 하고 있고 경찰은 그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수사를 맡고 있는 분당경찰서 측은 "소속사 사무실이 이사했고, 전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 물품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 겨우 만든 변명이 고작 그 정도였다고 하는 것이다.

 

분당경찰서를 너무 비판하지는 말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개 지방관할서가 무슨 힘이 있겠으며, 얼마나 의지가 있을까. 죽을 맛일 것이다. 자극적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의 특성상 세인의 관심은 집중돼 있지만, "제대로 수사하면" 얼마나 많은 경찰들의 목이 날아갈 것인가. 분당경찰서, 특히 기자브리핑에서 저 변명을 앞세웠다는 오지용 형사과장에게 삼가 동정을 표하고자 한다. 요즘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찰이 압수수색했다는 전 소속사 건물은, 인근 주민의 주장에 따르면 "압수수색 며칠 전 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짐을 챙겨갔다"고 한다. 게다가 대표 김모씨의 소재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도쿄 주재관 협조 요청 외엔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그렇다. 2007년 연말을 달궜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양심고백을 기억하면 된다. 당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본관 27층에 비밀금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준웅 특검은 뒤늦게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물론, 비밀금고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부구조가 많이 달라져 있더라는 것만 확인했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오히려 증거인멸을 도와주러 간 것이냐"는 비난에 노출됐다.

 

게다가, 리스트 속 당사자라는 인사들은 오히려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과연 이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것 역시 그 당시를 기억하면 된다. 이건희 전 회장 부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대중은 이런 사건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권력이 이 사회에 어떻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대중은 관심은 갖되 회의를 품고 있다.

 

<조선일보>는 왜 인터넷을 휘젓고 다니는가

 

한편으로, 장자연 리스트는 또다른 태풍을 몰고 있다. 인터넷 공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일보>는 포털사이트를 향해 장자연 리스트 관련글에서 조금이라도 자사와 연계되는 논조가 보일 경우, 무차별적으로 권리침해요청으로 포털사이트를 압박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이런 사건에서 자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극도로 꺼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을, <조선일보>는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일보>가 연루돼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이 돼 글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 글도 위험하다. 파워블로거건 뭐건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찔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내 생각대로 장자연 리스트는 그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에 의외로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신문이 방송까지 장악해 대중문화콘텐츠의 생산자 및 주문자로 자리잡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장자연 리스트는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열릴 것이다.

 

<조선일보>, 도대체 이유가 뭔가. 오히려 그런 식으로 대처하면 블로거와 누리꾼은 "뭐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어쨌든 <조선일보>가 포털사이트에 압력을 가하는 등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행세하는 사이, 오히려 그네들이 말한다는 '경찰의 철저한 수사'에 대한 회의는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신인연예인의 무너진 꿈, 하지만 어둠은 만만치 않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다. 화려함 뒤에는 추악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스타의 세계, 오래전부터 추악함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신인연예인은 그 추악함에 절망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문건 한장이 세상과 권력을 긴장시키고 있다. 과연 그를 절망시킨 추악함은 정화될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의 어둠과 추악함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찰과 모 특정언론의 대처에서 이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화려한 은막의 세계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 빛을 원하는 부나방들은 여전히 그 빛을 위해 맹렬하게 달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부나방들이 좌절할 것인가. 그것을 생각하니 그 어둠은 더욱 착잡하게 느껴진다. 착잡하다. 또 착잡하다. 착잡한 세상이다. 이 착잡한 세상에서, 이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맹렬하게 달려가야 할까.

 

-경고

 

이 글에 대해 <조선일보>가 다시 권리침해 요청을 접수시킬 경우, 이 글을 삭제 후 반복 게재하는 방식으로서 맞서고자 한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어디까지나 사회적 사건이 공적 영역에서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문제제기했을 뿐이다. 정당한 문제제기다.

 

아울러, 블로그는 내 개인적인 의견이 모이는 공간이다. 소속 언론사의 논조와 별개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전재하고 이 글을 올린다는 점을 공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