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MB비판' 누리꾼 3명 압수수색…시민사회·진중권·아고리언, 맹비난

경찰, 'MB비판' 누리꾼 3명 압수수색…시민사회·진중권·아고리언, 맹비난       < 다음 아고라 새우잡이선장님의 글  원문보기 >

 

 

 

경찰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물의 조회수를 조작한 누리꾼 3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뒤, 이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17일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게시글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으나, 다음 커뮤니케이션 측의 구체적 피해상황과 고발 등의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과잉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최대 15만 조회수, "반 정부 여론 확산되게 의도적으로 조작"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6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 활동하는 서울 서초구, 전남 순천 거주 네티즌 3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아고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 인위적 조작을 통해 조회수를 높여 베스트 글에 오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네티즌이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시 글의 조회 수가 많은 것 처럼 조작했으며,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지난 달에만 비방글 20개를 올리고, 하루 최대 15만 건의 조회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이들이 1초에 4~20건 씩 자동으로 조회수가 올라가게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같은 행위가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의도적 조작을 반복해온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발해 반정부 성향의 글이 확산되도록 여론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것"이라며 "조작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조회수 조작이 형사처벌?...시민단체 "결국 본질은 '이명박 정부 비판'"
 
당장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대상 누리꾼들의 게시글이 대부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괘씸죄에 따른 과도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조회수 조작이 형사처벌에 준할 만큼 중대한 범죄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조회수 조작'이 영업방해이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다음이 피해를 주장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일이 압수수색 등의 강도높은 수사력이 동원될 일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본질을 거론, "'조회수 조작'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 비판' 문제"라며 "경찰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일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개탄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결국 '조회수 조작'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국민을 탄압하는 것이자, 국민 전체를 위축시키는 검열"이라며 "경찰은 궁색하고 무리한 정치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진중권 "2008년 광우병 이어, 2009년은 광견병의 해 될 것"

 

▲ 진중권 중앙대 교수     ©CBS노컷뉴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17일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경찰, 광견병 걸렸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찰의 할 일이 되게 없는 것 같다"며 "도대체 게시판 글에 클릭을 여러번 했다고 잡아가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진 교수는 경찰이 '<다음>에 대한 업무방해죄'라고 밝힌 '죄목'과 관련, "다음에서 (해당 누리꾼들을) 고발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한 마디로 다음에서는 가만히 있는데, '당신들 업무 방해 받았잖아, 우리가 처벌해줄께'와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2008년은 광우병 때문에 시끄럽더니, 2009년은 광견병의 해가 되려나 본다"며 "대한민국 경찰은 지금 광견병에 걸렸다. 눈동자가 풀리고,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며, 흘러넘치는 광기에 미쳐 허연 이빨로 여기저기 물어뜯고 다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국민의 혈세로 봉급을 받아가며, 미친 정권의 충견 노릇이나 하고 앉았으니, 밤에 경찰청 앞으로 몰려가서 데모라도 해야겠다"며 "아울러 이 글(진보신당 게시글)의 조회수도 제가 한번 조작해 보고, 수사를 의뢰해야겠다"고 비꼬았다.
 
민노 "중앙일보 기사 들여다 볼수록 가관"
 
민주노동당 홍보미디어실 장우식 홍보부장 역시 다음 아고라에 'Soulmusician'란 아이디로 글을 올린 뒤, "'조횟수 조작'이 어떤 법 어떤 조항에 저촉이 되어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들어가는지 묻고 싶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는 "아고라에서 다른 사람들이 잘 볼수 있는 위치에 가려면 1차적으로 '추천'을 많이 받아야 한다"며 "조횟수 1만건 올린다고 베스트로 가는게 아니라 추천수 70이 넘어야 베스트가 되는 것이다. 홍보의 기법 전반을 전수받아야 할 듯 하다"고 힐난했다.
 
그는 특히 <중앙일보>가 이날 자 1면을 통해 이 소식을 '대서특필'한 것과 관련, "난 또 무슨 국가보안법 쯤으로 잡혔나, 혹은 또다른 '미네르바'가 잡혔나 하고 기사를 들여다 봤더니 이건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가관"이라고 성토했다.
 
장 홍보부장은 "경찰과 이명박 정권이 다음엔 또 무엇을 가지고 웃기시려는가"라며 "정권과 경찰 입장에서야 네티즌들의 성향이 중요하겠으나 게시판 관리자들은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경찰 판단이 잘못됐음을 거듭 지적했다.
 
아고리언들도 맹비난, "요새 경찰들은 이런일도 하는 모양"
 
한편 다음 아고라 내 누리꾼들도 경찰 수사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회수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존재하나, 이와는 별개로 다수는 경찰이 다음 측에 '과잉 친절'을 배풀고 있다고 성토했다

 

'CAFRA'는 "조작을 했다고 의심 되는 사람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경찰이 이러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웃기지도 않는다"며 "조횟수를 조작하는 짓이야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치더라도 어떤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술단지'는 "나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국가원수 모독죄로 잡히면 매스컴도 타고 손해볼 것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나중에 민주투사로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비꼬았다.
 
'dbwls'는 "국민들에게 봉사하지 않는 경찰이 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며 "요새는 경찰들이 이런일도 하는 모양이다"라고 혀를 찼다.
 
'kuala'는 "견찰(경찰)이 왜 다음을 압수수색 하는 것이냐. 이거야 말로 업무방해 아니냐"며 "이것은 결코 말이 되지 않는 코미디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비앙카'는 "아고라에만 들어오면 현실과 동떨어진 여론이 조성된다고 하더니, 결국 그것은 '조작'이었다"며 "경찰은 진작에 조사해야 했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09/03/17 [15:59] ⓒ 대자보/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