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개혁] 느리게 살게 놔두라

느리게 살게 놔두라

느리게 살도록 놔둬라.

부재 : 삼권(입법, 사법, 행정)과 재벌이 하나가 되어 생기는 일.

[자연을 벗 삼아서 살아가는 힘없는 서민들은 느리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그들이 살아갈 자연을 파괴하여 돈을 버는 이들은 엄청난 중장비를 쉴 새 없이 움직여 댄다.]

한산한 농촌풍경에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껄끄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과거로부터 하천 인근 경작은 가난한 우리네 농민들의 생존 수단이었다. 이 땅에 인간이 살

기 시작하던 때부터 하천 인근 땅은 경작의 최적지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하천 인근은 억

만년 물길이 만들어낸 평야이기 때문에 따로 개간을 할 필요가 없고, 농수도 확보되기 때문

이다. 그런데 국가에서 이를 못하게 막는다. 왜 그럴까?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 MB정부시절 정치인들과 건설업자들의 최대의 향연 4대강 사업. 현재 속속들이 그

불법과 사기, 야합과 부정이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 현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단

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을 추호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호미 들고 깔짝대는 힘없는 서

민들을 멀찌감치 쫓아내야 했던 것이고, 이에 저런 공식협박장을 세워둔 것이다.

그 둑 너머로는 중장비에 의해서 흉측하게 파헤쳐진 습지가 드러나 보였다.

창녕과 합천을 경계 짓는 낙동강 적포교를 걸으며 찍은 한 장의 사진은 4대강 사업의 본질

을 말해준다.

낙동강 왼편은 4대강 개발이 안 된 자연 그대로의 곳이고, 오른쪽은 제방공사가 이뤄져 있다.

왼편 습지는 사람들이 산책할 수도 경작할 수도 있고, 동물들이 뛰어놀기도 한다. 반면 오

른쪽 제방은 그 위에서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발을 헛디뎌 데구루루 굴러 강에 빠지기에 알

맞다.

제정신의 10%만 채워져 있으면 누가 봐도 문제가 되는 사업이지만, 건설업자들과 정치인들

의 모의만 있으면 이러한 사업은 기꺼이 반복될 것이다.

그 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다. 비싼 중장비 썩히지 않고 건설업체를 부도내고 싶은 마음이 없

는 재벌들은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해서 대규모토목사업을 할 수 있도록 부추긴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국토개발'을 운운하면서 필요도 없는 간척, 개간, 도로공사 안을 입법한

다. 거대 국책사업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입법할 것이고, 자잘한 지자체 사업은 자치단체장

들과의 교감 하에 자치단체 의원들에 의해서 이뤄진다. 사업 중간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부

정과 비리, 기준미달, 환경파괴 등등의 문제는 행안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감사원 등등에서

벽을 쳐준다. 그들 역시 '기름칠'(뇌물 내지는 승진기회의 보장) 되어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수질개선 사업에 참여한 업체가 담당 공무원들에게 10억 원을 뇌물로 건네고 수질개선 합

격을 해준 사건이 최근 조명 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불법 부당하게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서 양심 있는 시민과 단체들이 나서서 객

관적인 자료 증거를 들이대며 고소고발을 조치를 취할라치면 사법부(검찰, 법원)는 면죄시

켜준다.(4대강 사업 관련해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으나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 (국제 투명성 기구 발표 2012년 부패 인식 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76개국 중 45위 /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는 "이번 결과는 국가청렴도 조사

에서 꼴찌를 차지한 검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 판검사들 상당수도 기름칠당해 움직이는 건설업자들의

장학생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입법, 사법, 행정관료들이 썩어 있는 판에 다른 선진국과 달

리 건설경기로 20%의 경제부양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난개발이 끊이지 않

을 수 없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선진국은 건설경기로 인한 경제부양효과가 5% 미만이

라고 함.) 그 많은 건설업자들이 그 많은 정치인들에게 전 방위적으로 로비를 하고 행정가

들과 사법부를 종 부리듯 하니 산하가 거침없이 파괴되는 것이다.

양심을 가진 시민들 수천, 수만이 궐기를 하고, 양심선언을 하고 다양한 학술대회와 검증토

론회를 가져도 소용없다. 건설업자들과 정치인들의 모의만 있으면 이러한 사업은 강행된다.

더군다나 그 사업은 공식적으로는 '합법'으로 포장되기에 이러한 부당한 사업을 막으려는 시

민들은 오히려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4대강사업, 골프장사업, 제주해군기

지사업 등등이 있다.

23명의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쌍용차 매각과 정리해고 문제, 밀양 송전탑문제,

FTA, 핵발전, 용산참사 등등의 문제도 성격을 달리할 뿐 결국은 입법, 사법, 행정기관이 재

벌과 야합을 벌여 민중을 탄압하는 행태인 것이다.

이날도 골재차량이 쉴새없이 낙동강변 도로를 질주했다.

 

처음에는 '4대강 사업이 아직도 계속진행 되는가?'는 생각을 했었는데, 분주함의 이유를 그

10km 밖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금양-대양 구간 국도공사라... 보시다시피 새로운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금양-대양 구

간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두 개의 국도가 만들어져 있다.

교통이 정체되는 도심번화가도 아닌데 여기에 또 하나의 도로를 나란히 만든단다. 금양-대

양 구간 운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겠다. 세 곳 중에 취향에 맞는 도로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이곳을 지나는 내내 이 400억짜리 공사로 인한 건설업자들의 행복에 겨운

비명은 들을 수 있었지만, 이에 저항하는 어떠한 작은 외침도 볼 수 없었다.

공사차량이 뿌려대는 흙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자 한 측량기사가

아직 건설장비의 손을 타지 않은 낙동강 건너편 습지를 측량하는 모습이 바쁘다. 그는 강

건너편 습지에 깨알같이 움직이는 사람과 무선을 주고받으며 계측기계를 조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 저 윗선에 있는 인간들은 이렇게 노동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기술적으로 측량한 자료

를 첨부해 적당한 보고서를 만들어 그럴싸한 청사진을 만들 테고, 정치인들은 이를 받아서

'지역 발전' 운운하면서 지역민들이 되지도 않는 꿈에 부풀어 이 사업을 지지하게 만들어 내

겠지? 그래서 예산은 쏟아 부어지고 후손들의 존립의 터전은 파괴되겠지? 아마 다음번에 이

곳을 지날 때는 저 강변 습지는 골재로 팔려나가고, 가파르게 깎인 강변에는 돌무더기로 제

방공사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가득한 상념이 몸에서 한숨을 뿜어낼 때... 그 습지를 한가히 산책하는 농부와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산과 강을 파헤치던 생활양식을

반성하고, 늦기 전에 느림과 비움의 삶을 체득하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멈춰버릴 것이다.

이곳 창녕에서 합천 가는 길에 흉측한 모습만 남겨진 텅 빈 주유소처럼.

...(중략)...

▶(계속보기) 경상남도 합천군 유랑일지

가져온 곳 :

카페 >살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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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둥글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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