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좋은 대통령’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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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고라 네티즌과의 활발한 토론을 위해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에서 참여한 글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좋은 대통령’되는 법

- ‘북풍’과 ‘몽둥이’로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쇄신의 요구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강심장 청와대는 아직까진 모르쇠다. 물론 큰 기대는 안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는 물론 심지어 여당까지 나서서 요구하고 있는 국정쇄신에 대해 청와대가 화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밀리면 끝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참 답답한 이야기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에 밀리다니? 국민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아닌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정부가 설득하는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삼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의 당연한 태도이다. 그런데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면 국민에게 밀린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니 참 안타까울 뿐이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된 이유가 혹시 그것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치게 된다. 국민을 섬기겠다던 취임식장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곤봉과 전경 버스로 고난의 섬김을 받는 국민들은 울화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쇄신 요구를 묵살하며 “경제와 남북관계”만 잘하면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황망해진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그거라도 잘했다면 이렇게까지 국정쇄신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경제가 지금 좋다고 느끼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남북관계는 10년간 어렵게 키워낸 평화의 싹이 잘려나가고 대결과 증오, 무력 충돌의 순간까지 와 있다. 이 모두가 독단적이고 오만한 국정운영의 결과이다. 도대체 뭘 더 잘하겠다는 것인지.

이 정권이 전국의 수백 만 조문행렬과 수십 만 노제 행렬을 보고 ‘소요사태’를 우려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받아 뽑힌 ‘좋은 대통령’이라면 정권의 위기가 아닌 나라의 위기, 국민의 위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고 국민의 손을 먼저 잡아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북핵과 미사일 등 안보위협을 부풀려 공안정국을 강화하고, 민주적 국정운영을 요구하는 국민을 곤봉으로 다스리려는 70~80년대식 낡아빠진 고전적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현재 민주주의와 인권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있다. 시민들의 헌법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글쓰기’와 ‘책읽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통제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서거 정국 이후 민심이 생각보다 크게 걱정스러운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단다. 언론 악법도 밀어붙일 준비 작업에 들어간 느낌이다. 정말 정권도 나라도 걱정스럽다. 도대체 왜 국민의 민심을 밀고 당기는 대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국정운영에 대한 쇄신 요구는 서거 정국 이전인 지난 4월 재보선의 결과로부터 분출됐다. 그런 국민적 요구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좀 더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제는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괜한 열등감과 반감을 드러내는 옹졸함을 버려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언론악법 밀어붙이기부터 중단하고 전면적인 국정쇄신에 나서야 한다. 북풍과 곤봉으론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국민은 대결의 상대가 아니라 존중과 수용의 대상이라는 기본상식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이번이 ‘좋은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 전병헌 (2009.6.7)